POLICY BRIEF 이혜정(중앙대학교) ‘모범동맹’의 딜레마 혹은 망상 : 한국의 미국 우선주의 vs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1 1. 들어가며 “속지 마라, 세계경제의 모든 것이 변했다.” 국제통 화기금(IMF)의 수석경제학자와 제1부총재를 역임 한 기타 고피나스 하버드대학 교수가 2026년 연초 에 쓴 칼럼의 제목이다. 내용은 2025년 트럼프의 이 른바‘상호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다 수의 전망처럼 침체로 들어선 것이 아니라 일정한 성 장을 했지만, 관세의 부정적 효과는 반드시 실현될 것이고 세계경제의 기본 질서는 완전히 변화되었음 을 간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1 고피나스의 경고는 한국 외교에 더욱 적합한 듯하 다. 트럼프의 미국이 동맹을 비롯해서 기존 국제질 서의 틀을 모두 깨고 있는데도, 미국과의 포괄적 전 략 동맹의 구호는 역대 한국 정부의 공통된 지향이 다. 이는 심지어 실용외교의 기치를 내세우며 전임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인 대미 편승 가치 외교의 경 로 수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마찬가 지 이다. 윤석열 탄핵의 혼돈에서 탄생한 이재명 정 부는 동맹들에게 직접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증액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모범 동맹’으 로 평가받고 있고, 안보와 경제, 기술 영역에서 미국 과의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 에 자강-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여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고, 비핵화를 거부하며 남북관계 를 적대적 두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과의 평화공 존을 도모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들 목표들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 을까? 미국의‘모범 동맹’으로 자강-자율, 중국 및 북 한과의 관계 개선은 과연 가능한가? 대단히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객관 적인 힘의 관계의 변화이다. 미국의 힘은 상대적으로 쇠퇴했고 중국의 부상은 최근 딥시크 등 첨단기술 혁 신 생태계의 성과에서 확인되듯이 공고해졌으며 북 한 역시 핵무력을 완성하고 러-우 전쟁을 배경으로 러시아와의 전략동맹으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는 등‘부활’했다.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해서 이들을 제압,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둘째, 더 중요하게 미국의 동맹 정책이 변했다. 트럼프의 미 국 우선주의는 동맹을 자산이 아니라“미국을 등쳐 먹는 존재”로 본다. 트럼프 2기 대외전략의 기조는 중국 견제 등 패권의 부담은 동맹에게 전가하고, 서 반부에서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전 지구적으로 초강 국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약탈적 패권 혹은 지구적 불량 제국주의이다. 트럼프의 미국이‘모범 동맹’ 한 국에게 요구하는 대로 군비증강을 하면 이는 한반도 평화공존과 충돌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1도련선 억제 기여, 공급망 협력 등 중국 견제에의 기여는 중국과의 전면적 관계 개선의 목표와 상충한 다.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하는 미국 산업 재건 을 위한 대규모 투자의 요구, 정확히는 경제적 강압 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한국의 외환위기 위험이 초래 되고, 장기적, 구조적으로는 한국의 산업 생태계 토 대를 약화시키며 자강의 목표와 충돌한다. 아래에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자강과 다 변화, 평화를 도모하는 이재명 정부의‘곡예’가 왜 지 난한 과제인지를 트럼프 1기 이후 미국과 국제질서, 한반도 대외환경 변화의 역사적, 구조적 검토와 이 재명 정부와 트럼프 정부 간의 새로운 동맹의 조건, 한미 관계의 틀에 관한 포괄적인 합의인‘팩트 시트’ 의 내용 및 최근 그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을 중심으 로 살펴본다. 1 Gita Gopinath,“Don’t be fooled – everything has changed for the global economy,” Financial Times(Jan 7, 2026). 2 2. 트럼프 1기의 미국 우선주의와 한국 외교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의 군사동맹은 한국 대외정책 전반의 기축이었고, 반공과 친미는 냉전 시기 권위 주의 정권의 독재와 군부 쿠데타의 명분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이념적, 정치적 정체성의 기반이었 다. 탈냉전기 들어서는, 1990년대‘IMF 위기’를 거 치면서 한국 사회 전반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미국을 기준으로 하는 지구화(세계화)가 진행되었으 며,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한미 FTA 체결을 계기 로 안보를 넘어 경제와 가치 등 제반 측면에서도 미 국과 협력하는‘전략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이후 역대 정부의 공통된 목표였 다. 한국의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은 물론, 정치적, 이 념적, 관료적으로 공고한 것이다. 그런데, 2015년 여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래 트럼 프는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 아래 일관되게 기존의 미 국 패권 전략가들, 트럼프식 표현으로 글로벌리스트 들이 안보에서의 무임승차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산 업정책과 불공정 무역 등으로 동맹들이“미국을 등 쳐먹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2016년 12월의 한 칼럼에서 필자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로 한미 전략동맹의 기조는 이미 무너졌고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기축으로 하 는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 색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의 도전은 단순히 한미동맹 재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미 2009년 이래 한국 의 보수가 다짐해온 안보는 물론 경제와 가치의 측 면에서도 미국과 일체화되는 전략동맹의 기조는 무 너졌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가치를 수 출한다거나 자유무역의 관리자가 되려는 의지가 없 다. 게다가 국제질서의 관리자라는 미국의 신뢰성이 아니라, 적이든 동맹이든 상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의 기술, 특히 협상의 판 자체를 깰 수도 있다는 예측 불가능성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당선자 트럼프가 구체화하고 있는 반중노선도 문제 다. 탄핵 정국에 가려져 있지만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긴장에 더해서 미중의 무역전쟁이 현실화된다 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과 미국에 대한 안보의 존의 정상 상태는 더이상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이 를 것이다. 현재의 촛불/탄핵 정국은 박정희와 박근 혜 시대를 넘어, 한국의 새로운 생존전략을 고민하 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 트럼프의 정치적 부상은 기존 미국 체제의 실패의 산 물로 트럼프의 두 차례 집권은 미국 체제는 물론 국 제질서의 전면적 변화를 추동했고, 박근혜와 윤석열 탄핵이란 한국 정치의 혼돈과 맞물렸다. 1기 트럼프 정부가 소위 기성 질서의‘안전판’ 때문에 기존의 규 범과 관례를 깨는 데 그쳤다면, 2기 트럼프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제도와 규칙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미 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 나 전쟁, 가자 전쟁 등에 겹친 트럼프 2기의 상호관 세와 베네수엘라 침공 등으로 기존 국제질서는 완전 히 붕괴되고 있다. 그 사이 한국 외교는 2015년 9월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사드 배치로 돌 아선 박근혜 정부의 급변침에서 트럼프 1기 북미 정 상회담을 통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과정 추진 으로의 선회, 그리고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한 윤석 열 정부의 가치 외교로의 반전을 거쳐 다시 트럼프 2 기를 상대로 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로 요동쳤다. 1)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백인-미 국-트럼프 우선주의 3 마가는 넓게는 트럼프 정치연합 전반, 좁게는 그 본 체라 할 우파 민중주의 분파를 의미한다. 지위 상실 의 불안 등 문화적 정체성이 경제 위기와 착종되고, 이러한 민중주의적 불만(수요)을 정치권이 조직(공 급)해낼 때, 민중주의가 부상한다. 트럼프의 정치적 부상은 기존 미국 체제, 특히 탈냉전기 신자유주의 2 이혜정,“트럼프 당선, 단순히 한미동맹의 문제가 아 니다,” 창비주간논평(2016.12.21.) https://magazine.changbi.com/MCWC/WeeklyItem?id=1223 3 이 절은 필자의“마가 2.0, 미국의 반동적 혁명: 백 인-미국-트럼프 우선주의,” 외교광장, 『외교광장 정세 전망 2026: 격랑과 극단의 세계와 대한민국』(서울: 외교광장, 2026), pp. 82-87에 의존한다. 3 지구화 등 패권 기획의 실패에 대한 민중주의적 반 동의 산물로, 백인-미국-트럼프 우선주의 세 가지 요 소에 힘입는 것이다. 백인 우선주의는 백인 정착민 식민주의의 전통에 뿌 리를 두고 있는, 백인이 과반 이하로 줄어드는 추세 인 인구 구성상의 변화를 배경으로 하는, 인종주의 와 배외주의의 결합이다. 트럼프의 부상은 가깝게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에 대한 인종주의적 반감 에 기반한 것이고, 보다 멀리 보면,‘1965년 체제’에 대한 정치적 반발의 결과물이다. 1965년 체제는 인 종 쿼터를 폐지하는 이민법 개혁, 남부 흑인에게 시 민권과 투표권 부여, 그리고 위대한 사회의 복지 확 장으로 구성된다. 이에 대한 민주당을 지지하던 남 부 백인들의 반발은(백인들의 세금으로 흑인 등 소 수인종에게 복지를 확대하는 데 대한 반발인) 균형 예산과 주의 권리를 명분으로 한, 공화당으로의 대 거 탈주로 나타났다.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에 대 한 티파티의 반발도 같은 명분, 균형 예산과 주의 권 리를 내세운 것이었고, 오바마에 대한 보다 노골적 인 인종주의적 반발은 오바마가 미국 출생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는 음모론적인 비판인 버써 운동이었다. 트럼프는 버써 운동에 동참하면서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발돋움하였고, 2016년 대선 이래 일관되게 민주당 주류의 인종/젠더 평등 의제 에 대한 반대와 반이민/난민 정책을 주창하고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기획 전반을 미국 우선주의라고 호 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차대전 참전을 반대한 미 국 우선주의 위원회(American First Committee) 에서 유래한다. 당시 히틀러의 독일의 위협에 직면 한 서유럽 지원을 위해서 참전을 주장하던 개입주의 자들에 맞서서 미국 우선주의 위원회는 미주 요새론 (Fortress America)을 주장했었다. 대양으로 격리 된 미주 대륙 전체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공고히 하 는 것으로 미국 체제의 존속과 발전이 충분히 보장 되는데, 유럽 전장에의 개입은 주권의 훼손과 안보 위협 증가뿐 아니라 국방비-세금 증가와 행정부 비 대 등으로 기존 미국체제의 쇠퇴를 가져올 뿐이라는 비판이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러한 패권 의 비용에 대한 비판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미국 주류가 패권을 정당화하는 핵심 논리인 미국의 지구 적 패권 전략이 미국(인)의 이익이자 국제사회, 적어 도 동맹의 이익이라는 대내외적 이익 조화를 정면으 로 부정한다. 글로벌리스트와 전쟁광들이 신자유주 의 지구화와‘영구한 전쟁’으로 중산층과 제조업의 몰락, 미국의 힘의 쇠퇴를 초래했고, 중국의 부상과 함께 동맹들이 안보 무임승차와 불공정 무역으로 미 국을 착취하도록 방치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우선주의는 기존 체제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거래와 협상의 달인으로서 트럼프가 지니는 권 위주의적 리더십을 의미한다. 이는 우파 민중주의로 서 마가가 기존의 부패한 엘리트들의 대내외적 정책 을 교정하는 정치적 실천의 핵심이다. 레이건 이래 공화당 정부가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추진하면서, 공 화당의 기층 백인 노동자 계층의 문화전쟁을 넘어서 는 실제적인 정치경제적 개혁에 대한 요구는 미국 정 치권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었다. 2007-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대침체 국면에서 티파티 세력이 공 화당의 기존 지도부를 무력화시키면서, 공화당 내에 서 일종의 기성 권력의 공백이 발생했고 이는 트럼 프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기층 공화당원의 열렬 한 지지를 이끌어 내며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행정부 내부의 반발, 민주당과 주류 언론의 비판 등 기정 질서의 소위 안전판에 의 한 견제에 직면했고,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면서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바이든 정부의 실패와 트럼프의 귀환을 가져온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이 경기침체는 물 론 기후 위기와 체계적 인종주의와 착종되어 빚어낸 복합 위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경기 부 양과 진보적 인종, 이민, 기후 정책으로 대응하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이민자가 급증하였고 진보적 정책 전반에 대한 보수와 중도의 정치적 반발은 강화되었 다. 2016년 대선 이래의 기본 구도인 미국 체제의 실패와 트럼프 개인의 결함 중 어느 것이 더 치명적 인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평결은 2024년 대선에서 도 반복되었다. 미국 유권자들의 심판은 2020년 대 선에 불복한 트럼프의 비민주적 성향이나 개인적 결 함보다 바이든-해리스의 민주당 주류에게 더 큰 책 4 임을 물었고, 미국 체제의 상당한(substantial) 개 혁이나 전복(upheaval)적 변화를 원한 여론이 압도 적 다수였다. 2) 한반도 대외환경의 구조적 변화와 한국 외교의 급변침 2007-8년 대침체 이래 한국의 정치적 조류는 미국 정치 및 국제질서의 변동과 반대로 움직였다. 대침 체가 미국식 자본주의의 병폐를 증명하면서 미국 정 치에서 트럼프의 부상을 촉발하고 국제질서 차원에 서는 서구의 분열과 쇠퇴 및 중국의 부상을 가져온 데 반해서, 한국에서는 미국에 대한 편승을 강화하 는 이명박과 박근혜 보수 정부의 시기가 열렸다. 전 임 민주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후임 보 수 정부 간‘남남 갈등’의 핵심은 대북 정책과 한미동 맹 이슈였다. 김대중 정부(1998-2003)의 햇볕정책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대북 퍼주기/유 화정책이란 비판을 촉발하며‘남남 갈등’의 단초가 되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정부가 대테 러전쟁의 일환으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군 사변환에 따른 전 지구적 군사태세/동맹 정책의 전 환을 추진하면서, 소위 제2의 북핵 위기가 발발하고 한미동맹의 전환이 가속화되었다. 노무현‘참여’정부(2003-2008)는 김대중 정부의 햇 볕정책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한 남북한 화해교류협력뿐 아니라 6자회담 등을 통한 동북아 차원의 평화번영 정책으로 승계하면서, 미국의 요구 에 따라 이라크에 파병하고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전 략적 유연성 등 한미동맹 전환에도 큰 틀에서 합의 하는 한편, 보다 능동적으로는 한미 FTA를 추진하며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고자 하였다. 대내적으로도 수 도 이전을 통한 균형 발전 등을 시도하면서, 야당의 탄핵 시도가 보여주듯, 참여정부의 정책들은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초래했다. 진보는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비록 제한적이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를 비판했고, 보수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노력과 동북아균형자 론, 호혜적 한미동맹, 전작권 환수 시도 등이 대북 유 화정책이고 한미동맹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정 부 관료기구 내에서도 이라크 파병과 기지 이전, 특 히 미군 측의 환경오염 책임 관련한 한미동맹 전환 협의 과정에서 외교부 북미국 관료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다 는, 소위 자주파-동맹파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립 구 도는 당시 논란의 중심인물이었던 NSC 사무처장 이 종석과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위성락이 현 이재명 정 부에서 각기 국정원장과 안보실장을 맡고 있는 점에 서, 현재진행형이다. 이명박 정부(2008-2013)는 부동산 급등과 북한의 핵실험 등을 배경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내외 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대내적으로는 정부 개입을 시 장주도로 전환할 것을 주창하고, 대외적으로는 대북 유화와 한반도와 동북아에 매몰된 시야를 미국에 대 한 전면적인 편승을 중심으로 지구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의‘글로벌 코리아’란 외교정책의 기조 혹은 구호는 정파적으로 보면 민주 진보 진영의 외교정책 전반이 시대착오적,‘후진적’ 이라는 비판이었다. 구조적, 역사적으로 보면, 북한 을 압도하고 중국의 부상에 우선한‘한국의 부상’에 정초한 19세기 후반 서세동점 이래 서구 선진국으 로 도약하고자 하는 한국 민족주의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7-8년 대침체를 계기로 오바마 정부 이래 미국 정치가 신자유주의 시장근본 주의를 반성하고 지구적 개입을 축소해온 것과 비교 하면, 보다 넓은 의미에서 대침체 이후 서구‘선진국’ 에서의 지구화 반대와 민중주의, 민주주의의 후퇴 등 근대 서구 자유주의 자체의 균열과 쇠퇴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서구를 기준으로 한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 의와‘글로벌 코리아,’ 대한민국‘선진화’ 기획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취임 직후 구성한 통일준비위원회와 통일부 폐지 시도 등이 잘 보여주 듯, 북한에 대한 일방적 비핵화 요구와 시혜적 흡수 통일이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10년 내에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 달러에 이르도 록 지원하겠다는‘비핵·개방·3천’은 북한에 의해 흡 수통일정책으로 비판, 배격되었다. 2010년 2월 천 안함 피격 이후 이명박 정부는 5.24 대북제재 조치 5 로 남북 교류을 제한하고 8.15 경축사에서 통일준 비세를 제안하면서 흡수통일 의지를 노골화했다. 남 북관계는 악화되었고 흡수통일 준비에 대한 국내적 지지도 미미했다. 대미 편승의 차원에서는 한미동맹 을 안보, 경제, 가치에서 지구적으로 협력하는 전략 동맹으로 명문화하고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전작권 환수 시기를(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 기하는 보수 시각에서의‘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2012년 비공개로 추진하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이 공개되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이 명박 대통령은 이를 중단하고 그해 8월 독도를 방문 하면서, 한국전쟁 이래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숙 원이자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 의 일환으로 오바마 정부가 요구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는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2012-2017)는 전임 이명박 정부의 시 장주의와 대미 편승을 전면적으로 승계하지 않았다. 혁신을 강조하는 창조경제를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보완하고, 남북의 상호 신뢰를 강조하는 한반도 신 뢰 프로세스,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한 반도와 지역, 세계를 잇는 균형적인 외교전략을 추진 했다. 당선인 신분으로 관례로 깨고 미국이 아닌 중 국에 특사를 먼저 파견했고 취임 이후에는 한중 FTA 를 체결하는 등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를 강화했고,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강경하게 대 응하며 과거사와 경제협력 등을 이원화하는 대일 정 책 기조를 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취임 초기의 이러한 균형적 입장은 이후 모 두 전복된다. 2014년 신년사에서 통일대박론을 제 창하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흡수통일로 선회 했고, 전작권 환수는 또다시 북핵 위협 대응 역량 등 을 조건으로 하면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었다. 북 핵 위협을 배경으로 한, 그리고 국정농단으로 인한 박근혜 정부의 몰락과 맞물린 대중, 대일 정책의 변 화는 극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경사론 논 란에도 2015년 9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 었는데, 그 해 말에는 전격적으로 일본의 재단설립 을 통한‘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 결’에 합의했다. 2013년 말 방한한 부통령 바이든이 ‘미국의 쇠퇴에 걸지 말라’며 중국 경사를 경고하고 이후 국무부의 3인자 웬디 셔먼 등이‘민족주의의 값 싼 박수에 취하지 말라’며 박근혜 정부를 압박한 결 과로, 미 국무부의 입장에서‘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이란 핵합의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버 금가는 2016년 후반 오바마 정부 외교의 눈부신 성 취 중 하나였다. 2016년 초 북한의(4차) 핵실험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중국이 반대 입장을 일관되게 밝힌 사드 배치를 강행하였다. 6월 사드의 성주 배치가 발표되자 중국은 즉각 경제 보복에 나섰다. 9월 북한은 또다시(5차)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11월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민생’을 직 접 옥죄는 제재를 결의하였고, 박근혜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전국적인 시위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국방부장관과 주한 일본대 사가 한일정보보호협정에 서명했다. 12월 3일 국회 는 박근혜에 대한 탄핵을 의결했다. 대외정책 전반에서 박근혜 정부의 이와 같은 급변침 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안보와 경제가 착종되고 북핵 위협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질적으로 새로운 국 면으로 진입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환경의 구 조적 변화가 미국의 압력과 한미동맹의 군사적, 제도 적 관성과 맞물린 것이고, 시기적으로는 2015-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여정과 맞물렸다. 트 럼프 정부가 2017년 1월 이미 출범한 상태에서 3월 헌재는 박근혜를 파면했고, 5월‘장미대선’에서 문재 인 정부가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2017-2022)에게 주어진 가장 직접적 이고 엄중한 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비선 실세 의 입시 비리와 정경유착 등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대 한‘이게 나라냐’는 분노와 탄핵이 갈라놓은 정치적 분열을 치유하고,‘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 다. 다른 하나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강대강으로 맞 서고 있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의 길 을 개척하는 것이었다.‘나라다운 나라’ 만들기는 최 대한 동정적으로 평가하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 패였다. 임기 중 완전한 민주주의로 복귀하고 경제규 모 10위(2018), 유엔무역개발회의 분류로‘선진국’ 으로 전환(2021년)되고, 일인당 국민소득에서 일본 을 추월(2022년)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취 6 임사에서 밝힌‘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 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조국 법무 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부동산 문제와 임기 후반 코로나 19 팬데믹 급증 등 이 겹치며 정치적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권 재 창출에 실패했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극복했지만, 평화만들기에는 실패했다. 2018년 연쇄적인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 해서 새로운 평화의 길을 개척하려 분투했지만, 끝내 유엔의 대북 제재 등 구조적 변화의 벽과 한미동맹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취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베를린 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수립 등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북 한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공언한 대로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여 10월에는 미국 본토를 타격 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 대 선 선거 운동 기간에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 상할 수도 있다고 공약했던 트럼프는 내부적으로 참 수작전까지 고려하고 대외적으로는 자신의 핵 버튼 이 더 크다는 등의 핵공갈로 대응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2018 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명분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의 중단을 제안한 것이,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 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평화 프로 세스를 가능하게 한 결정적 단초였다. 판문점과 싱 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기존의 북한 선비핵화 에 대한 경제, 안보 등 보장의 공식을 뒤집고 남북,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순서로 합의를 나열했다. 한반도 비 핵화를 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의 결과로 돌리는 해 석이 가능한 합의였다. 특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 담 공동성명은“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안보 대 안 보의 교환을 분명히 했다. 영토조항과 국가보안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고, 북한 에 대한 안전보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전면적 조 정뿐 아니라 한국의 3축체제 등의 조정도 필수적이 었다. 한미워킹그룹과 실질적으로 주한미군이 운영 하는 유엔사의 규율 하에서 트럭의 유엔 제재 위반 여부로 북한에게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전달하지 못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 원조차 미국의 승인 없이는 혹은 미국의 규율을 돌 파하는 한국 정부의 결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현 실이었다. 구갑우의 지적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평 화체제는 한미동맹과 동시에 실현할 수 없는 트릴레 마로, 한미동맹의 조정 없이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실 현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4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영변핵 시설 전체를 내놓으며 유엔의‘민생’ 제재 해제를 요 구했지만‘빅딜’을 요구한 트럼프는‘노딜’을 선택했 다. 6월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이 있었지 만, 그해 여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비록 축소된 수 준이지만 관성대로 재개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 스는 좌초되었다. 그와 함께, 전임 박근혜 정부의‘위 안부 합의’ 재단의 실제적 무효화 정책 및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그에 대한 일 본 정부의 반발을 배경으로, 그리고 하노이 북미 정 상회담의 성공을 전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일제 식민 잔재와 분단의 ‘빨갱이’ 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겠다는‘신한반도체제’ 구 상도 좌초했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부품의 대 한 수출을 규제하는 무역 보복을 단행하였고, 문재 인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연장을 중단하 고 세계무역기구에 일본을 제소하며 강경하게 대응 했다. 하지만, 협정 중단을 비판하는 미 국무부와 국 방부는 물론 상원의 결의안 등 미국의 압박에 직면 하여, 일본의 무역 보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협정 중 단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만다. 2019년 말 북한은 강대강 선대선 정면돌파전을 선 판문점과 싱가포르 합의는 기존의 한반도 분단구조, 남북과 북미의 적대, 유엔의 대북 제재, 한미동맹의 제도적, 군사적 관성을 거스르는 담대한 구상이었 다. 남북의 적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헌법의 4 구갑우,“평창‘임시평화체제’의 형성 원인과 전개: 한 반도 안보딜레마와 한국의‘삼중 모순(trilemma)’,” 『한국과 국제정치』 제34호 2집(2018), pp. 137169. 7 포한다. 미국과의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하겠지만,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 완성의 병진노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응해서 2020년 초부 터 국경을 완전히 폐쇄했다가 2023년에야 국경을 개방했다. 북한의 국경 폐쇄로 북한과 한국 민간단 체를 포함해서 국제사회와의 교류협력은 전면 차단 되었고, 다양한 남북 협력 사업을 기획했던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가 할 수 있는 바는 아무 것도 없었다. 북한은 2020년 6월 한국과의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 고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대북 전 단 살포를 한국 정부가 막지 못한 점이 표면적 이유 였지만, 문재인 정부의 중재 외교와 독자적 남북 관 계 개선 실패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고 정면돌파전 을 강화하는 조치였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2020년 미국 대선의 결정적 변 수이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방역뿐 아니라 경기 침체와 인종문제 등과 착종된 코로나 19 복합 위기 의 대응에 실패하면서, 광범위한 반-트럼프 연합을 구성한 바이든이 승리했다. 1.6 사태의 충격 속에서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와 패권의 복원을 공 약했다. 대내적으로 체계적 인종주의와 금권정치의 개혁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을, 대외적으로는 민주주 의와 권위주의의 대립 구도에서의 일종의 정치경제 적 체제경쟁, 민주주의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 과, 복지 등의 제공에서 권위주의보다 우월하다는 것 을 증명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시 각에서 북한은 중국, 러시아, 이란 등과 함께 권위주 의의 핵심 기축이었고 트럼프의 대북 협상을 이어갈 의지는 전혀 없었다. 대북 정책은 전략적 인내로 포 장되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적대적 방치에 가까웠다.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대한 합의를 담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시위를 정당화 하는 항행과 상공의 자유 등을 포함하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인태 지역에서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합의함으로써, 문재인 정부는 미중 경쟁에서 미국 편에 섰다. 한미동맹은 공급망과 기술, 우주 협력은 물론 급증하고 있는 중 남미 주민들의 미국으로의 이민문제에 대한 협력으 로까지 확대되었다. 중국 외교부는 주권과 영토 등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9월 유엔 총회 연설 등을 통 해서 임기 말까지‘종전 선언’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살리려 애썼지만, 북한은 적대시 정책의 철폐를 우선 요구했다. 김정은은 같은 달 바 이든 정부가 신냉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하 고, 하노이 노딜 이후 강대강 선대선의 정면돌파전 의 맥락에서 미국의 대결, 신냉전 정책에 따라 강대 강으로 자력갱생과 핵무력 증진의 병진으로 전면적 으로 선회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로써 남북미 관계의 선순환을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건설하고자 한 문 재인 정부의 꿈은 완전히 좌절되었다. 미국이 요구 하는 한미동맹의 논리에 순응하면서, 국정과제였던 주변 4국과의 협력과 당당한 대미 외교를 실현하는 데도 실패하였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그 리고 3월 한국 대선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다. 러-우 전쟁은 바이든 정부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의 대립 구도에 기반해서, 미국 패권의 복원을 시도 하는 기회의 창으로 작동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와 민주진영 전반의‘반미, 친북, 친중’ 노선을 비판하 며, 윤석열 정부는 전면적인 대미 편승 가치 외교를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의(비록 실패했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주변 4국과의 협력, 당당한 대미 외 교의 기조는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북한 비핵화 요구 와 흡수통일, 전면적 대미 편승의 기조로 급선회하였 다. 한편 북한은 러-우 전쟁을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적 지원에서 시작해서 이후에 는 파병까지 단행하는 친러 정책으로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고난에서 벗어나는‘회생’의 계기로 삼았다. 러-우 전쟁은 바이든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회의 창으로 작동했다. 취임 첫 해 바이든 정 부가 2021년 중국 견제와 중산층 복원을 목표로‘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의 구호 아래 입법을 추진한 산업정책은 의회에서 발목이 잡혔었다. 또한 탈레반의 급속한 카불 탈환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서 2021년 여름 아프가니스탄에서 급히 철군하는 과정에서 미군이 희생되는 등의 난맥상으로 트럼프 와 대비되는(특히 대외정책에서) 준비된 대통령이 8 란 명성에 금이 가고 여론의 지지가 곤두박질쳤다. 러-우 전쟁은 바이든 정부가 내건 민주주의 대 권위 주의 간의 국제질서 경쟁, 즉, 중국 등 권위주의를 포 섭하지 않고 견제, 경쟁하면서 일정하게 축소된 영역 에서 미국 패권을 공고화하는 기획에 정당성을 제공 했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러 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주도하고, 핀란드와 스웨 덴 등으로 나토를 확장하고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와 윤석열 정부의 한국 등 인태 국가와 나토의 협력 까지 견인하면서, 서구의 단합을 다져나갔다. 2022 년 여름‘더 나은 재건’ 법안을 우여곡절 끝에‘인플 레이션 감축법’으로 입법화하는데 성공하고 연이어 반도체 지원법의 제정과 10월 7일 중국에 대한 역 사상 유례없는 첨단 기술 통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국 산업 재건과 중국 견제의 체계적 틀도 갖추었 다. 이러한 성과는, 코로나 19 팬데믹 국면에서 경 기침체와 대봉쇄에 대한 저항 등으로 노정된 중국 체 제의 취약성에 주목하며 부상한‘중국 쇠퇴론(Peak China)’과 대비되는 것이었고, 자강과 동맹 동원을 통해서 중국과 경쟁하면서 동시에 기후위기 등 지구 적 문제에서 중국과 협력하겠다는(같은 달 2022년 10월 발표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의 기반 이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의 일종의 공세적 민주주의 진영화 외교 는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그 정점에 이른다. 하지만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발생한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 엘의 집단학살이 발생하면서, 이를 지원, 방조하는 미국과 서구 전반의 위선에 대한 비판으로 바이든의 민주주의 진영화 외교의 정당성은 침식되기 시작한 다. 그리고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패배하 고 윤석열이 친위쿠데타를 감행하여 탄핵당하면서, 그들의 진영 외교도 동반 몰락한다. 윤석열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재벌과 대통령을 감 옥에 보내고 민주진영 위선의 상징 조국 법무장관과 대립하며 문재인 정부에게 탄압을 받은 검찰총장 경 력으로 정치에 입문해서 박빙의 승부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0.7% 포인트의 득표차로 대통령이 된 윤석열의 취임사에는 통합의 메시지가 없었다. 대선 승리 후 느닷없이 추진한, 영부인 김건희 등과 연관 된 무속에 기반한 것으로 비판받기도 한, 대통령 집 무실 이전 논란에 대한 해명도 없었다. 대신 그는, “과학과 진실”에 기반할 때만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며, 민주진보 진영과 야당에 대한 불신의 표현인“반 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 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라는 소신을 밝히고, 자 유를 끊임없이 외쳤다. 자유는 창의와 성장, 평화의 기반이고, 보편적 가치인 자유의 수호는 국내외문제 로 나뉠 수 없는 보편적, 무차별적 것이며, 북한에 대해서도 전 지구적으로도 실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 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 윤석열은 기업인 출신 이명박의 실용주의나 독재자 박정희의 딸로서 박근혜가 태생적으로 익힌 품위나 권력 감각을 결여한 채, 전임 문재인 정부와 민주진영 전반, 특히 대선에서 경쟁했던“범죄자” 이 재명 후보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선적이고 부패하며 무능한 반미, 친북, 친중 반체제 세력으로 적대했다. 그에게 자유민주주의는 반공과 시장 근본 주의, 미국 패권에의 전면적 편승을 의미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는 취임 11일 만에 미국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을 가치 중심의 포괄적 전 략 동맹으로‘격상’시켰다. 공동성명은 북한 인권 문 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을 겨냥한 대만 문제와 인태 지역에서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 등이 두 루 담겼다. 2021년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 담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서 더 나아가, 2022년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은 인태 지역에서 의 일방적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윤 석열 정부는 대중 견제에서 미국에 대한 편승을 강화 했다. 연이어 윤석열 정부는 6월 나토 정상회담에 초 청받아 참여하며‘글로벌 중추 국가’의 대외정책 기 조를 분명히 했다. 대북정책은 북한의 일방적 비핵 화를 절대조건으로 하는‘억제, 단념, 대화의 3D’에 기반했고, 8.15 경축사를 통해서 북한이 실질적 비 핵화에 나서면 다양한 자원, 식량 지원 등 포괄적 상 응조치를 취하겠다는‘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 한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그리고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 및 우크라이나 9 전쟁 등을 대상으로 보편적 인권과 자유를 위한 연 대를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일련의 외교적 이니셔티브와 해외 순방은 정책의 내용에 대한 논란 뿐 아니라, 스페인 나토 정상회담 참석 시 영부인 김 건희의 비선 실세 동행 논란과 유엔 총회 연설 차 뉴 욕 방문시 참관한 국제회의에서 바이든 연설에 대한 욕설 논란 등을 낳았다. 언론과 대립하고 국정지지 율은 추락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2014 년 4월)처럼 2022년 10월 이태원 압사 사고는 민심 이반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북한은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 후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에 반대 하는 5개국(러시아, 벨라루스, 에리트리아, 시리아 와 북한)의 일원으로 친러 행보를 시작해서, 7월에 는 우크라이나와 단교하고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인 민공화국을 승인했다. 윤석열 정부의‘담대한 구상’ 에 대해서는 김여정이‘제발 서로 신경쓰지 말고 살 자’는 담화를 발표했고, 김정은은 9월 시정연설에서 ‘다극세계’의 도래와 미국은 북한 비핵화로 정권교체 를 노리고 있다고 진단하며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 다는 입장을 밝히고 핵무력 사용의 조건들을 입법화 할 것을 천명했다. 를 되뇌어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 담에, 7월에는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했 고, 8월에는 8.15 경축사를 통해서 정부비판 세력 을 반국가세력으로 맹비난하고는 미국이 주최한 캠 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석하여 인태지역 에서 공동의 위협에 대해서 삼국이 정책적으로 협력 하고, 지구적으로도 연대할 것을 합의하였다. 바이 든 정부의 인태전략가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전쟁 이 래 역사문제에 갇힌 한미일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제도화하는, 인태 지역의 쌍무적 동맹을 격자형 동 맹으로 현대화하는 역사적 성취였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혹시 모를 트럼프의 부활에도 대비하는, 국내 정치적 변동에서 초월적인 삼국 협력의 제도화 시도 이기도 하였다. <그림 1. 이코노미스트 한국 민주주의 지수 2013-2024> 2022년 말 미국의 인태전략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이 발표되었고, 2023년 윤석열 정부의 대미 편승은 더욱 심화되었다.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위한 파트너로 규 정하고, 박근혜 정부의 졸속 합의 이후 문재인 정부 에서 진전이 없었던‘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직접 재단을 만들어 배상을 하는‘제3자 변제안’을 제안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방일하여 기시 다 총리와 회담했다. 연이어 4월 워싱턴 한미 정상 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을 가치 기반의‘안보, 경제, 문 화, 우주, 기술’ 협력의 가치 동맹으로 전환하고, 북 핵 억지를 위한 한미핵협의그룹의 결성에 합의했다. 바이든 정부와 미국 조야는 윤석열 정부의 한일 협 력 이니셔티브를 국내 반일 여론을 극복하는 용감한 치국술로 적극 환영하고 평가하여, 미 의회 합동연 설을 마련해주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회담 만찬 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고, 미 의회 연설에서 는 민주주의의 전범으로 미국을 상찬하고 예의 자유 <그림 2.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 20132024> 윤석열 정부의 대미 편승이 심화될수록, 북한의 러 시아 밀착과 핵무기 고도화도 강화되었고, 남북관계 는 더욱 악화되었다. 그리고, 미국 조야의 한미일 삼 국의 민주주의 가치 연대에 대한 상찬과 대조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내 정치적 지지는 추락하고 언론과 10 야당에 대한 탄압과 비판도 고조되며, 한국 민주주의 는 쇠퇴하였다. 영부인의 국정 개입과 해외 순방 시 쇼핑 논란 등에 더하여, 2023년 여름 전북 부안 세 계스카우트 대회의 미숙한 운영과 연말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도 국정 지지율 하락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민주진보 진영을 취임사에서‘반지성주의’ 세력으로 비판하고 이후에는‘반체제, 반국가세력’으로 매도 한 윤석열 대통령은, 윤석열 내란사건의 특검에 따 르면,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 2024년 4월 총선 대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올해를‘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대한민 국’ 나아가는 새로운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 고, 9월에는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 의 도발을 유도하였다. 12월에는“야당의 탄핵과 특 검, 예산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된 상태이며,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친 위쿠데타였고, 결과적으로 탄핵으로 이어진 정치적 자살 행위였다. 한국 민주주의의 쇠퇴와 엄청난 정 치경제적 혼란을 초래한 반국가, 반체제 행위이기 도 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2023년 3월 북한이 자체 핵 우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실제적으로 북한을 핵국가 로 인정했다. 북한은 그해 11월 군사정찰위성을 발 사했고, 12월에는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2024년 3월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6월에는 북한과 러시아의‘포 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 체결되었 다. 10월 북한은 평양 상공에 한국의 무인기가 침투 한 것을 공개하면서도 한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러시아에 파병을 시작하고 화성-19형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 리 이후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갈 데까지 가 보았고,“그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 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적대적인 대조선 정책이었다”라는 입장을 밝 혔다. 12월의 전원회의는 가장 반동적인 미국의 위 협에 대응하는“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했다. 2025년 1월 북한은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며 미국에 대 한“최강경대응전략”을 반복 강조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규정한 탈냉전기 남북관 계, 즉,‘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의 전면적 부정이었고, 김일성 이래 북한 정권이 지향해 온 목 표로서 통일의 폐기이기도 했다. 남북 관계를 부정하 는 북한, 정확히는‘조선’이 회생하고 유엔의 대북 제 재가 실제적으로 무력화되면서, 탈냉전기 남북관계 와 북핵 문제 해법의 기본 전제들은 모두 무너졌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귀환으로, 한국 외 교의 대전제인 미국과의 동맹의 틀도 급변할 터였다. 3. 트럼프 2기의 강압 외교와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1) 트럼프 2기의 백인-미국-트럼프 우선주의 5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귀환은 2016년 1기 집 권과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2016년 트럼프의 집 5 이 절은 필자의“마가 미국의 초상: 백인-미국-트럼 프 우선주의,” 황해문화 130호(2026), pp. 20-37에 의존한다. 권이 일반 유권자 선거에서는 지고 선거인단 선거에 서만 승리한 반쪽짜리였는데, 2024년의 승리는 공 화당이 대선의 일반유권자 득표에서도 앞섰고 연방 상하원을 모두 차지했으며 노동자와 소수인종으로 지지 기반을 확장한‘완승’이었다. 2021년 1.6 사태 직후 트럼프는 공화당 일부 지도부에게조차 버림받 11 고 의회의 탄핵 소추에 직면했었다. 바이든 정부에서 는 연방과 주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에 대한 사법 기 소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군의 전문가들은‘프로젝트 2025’라는 이름으로 차기 집 권 플랜을 준비하였고,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사법 기소가 진행될수록 지지를 강화하는 기층 공화당원 들의 충성을 바탕으로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갔다. 마르코 루비오와 JD 밴스 등 과거의 비판자들 도 트럼프에 충성을 맹세했고,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예비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암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직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신 의 가호로 미국 우선주의의 소명을 부여받은 존재로 까지 추앙되었다. 암살 미수 사건 직후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공개적으로 트럼프 유세에 동참한 일론 머스크의 사례가 잘 보여주듯, 전통적으로 민주 당을 지지하던 기술 기업들도 바이든 정부의 진보적 기후, 노동,(반독점) 규제 정책에 반발하며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2024년 대선 운동 과정에서는 트 럼프 직계가족들이 직접 공화당 조직을 장악하면서 공화당의 사당화에 성공하였다. 대선 본선에서는 불 법이민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 를 무시하는 민주당 주류의 졸렬한 선거전략을 배경 으로 그간 투표에 잘 참여하지 않아온 유권자들을 공 략하는 승부수를 던져서‘완승’을 거두었다. 1·6 사태 직후의 정치적 역경을 고려하면, 트럼프 자신이 자 랑하듯,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정치적 복귀’였다. 집권 1기의 트럼프가 자신도 대선 승리를 예측하지 못한‘우연한 혹은 어쩌다 대통령’이었다면, 집권 2 기의 트럼프는 정책과 정치연합, 그리고 사법 기소 와 암살 시도를 극복하면서는 신의 섭리로 정당화되 는 미국 우선주의의 실현과 정치적 보복의 의지까지 철저히‘준비된 대통령’이었다. 2기 취임사에서 트럼 프는 자신의 취임으로 미국 민중은 급진적이고 부패 한 데다가 무능하기까지 한 기성 질서로부터 해방되 었다고 선언했다.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798년 적성외국인법(Alien Enemies Act)에 의한 불법 이민자 단속을 공약하면서 정책의 최우선 순위 를 이민 문제에 두었다. 그 다음이 인플레이션, 산업 화, 무역질서 개편 등 경제, 정부 효율부 설치, 강력 한 국방력 순이었고, 맨 마지막이 멕시코만의 미국 만으로의 개명, 파나마에 대한 통제,‘명백한 운명’과 매킨리를 모델로 한 대외정책이었다. 이들 정책이 그리고 있는 미국, 달리 표현하면, 트럼 프가 2기에 재건하려는 미국은 단순히 산업재건과 기존 무역질서 개편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탈냉전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병폐 교정을 넘어서는 것이었 다. 1798년 적성외국인법은 1812년 영국과의 전쟁 과 양차 세계대전 등 세 차례만 발동되었고, 이 법에 의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의 구금에 대해 서 레이건 정부가 사과한 바 있다. 이민 문제에 이 법 을 발동하겠다는 취임사의 공약은, 취임 직후 쏟아 낸 행정명령의 하나가 내전(남북전쟁) 이후 헌법에 명문화된 출생시민권 제한이라는 점을 함께 고려하 면, 미국 민주주의의 모델 혹은 시간대를 건국 초기 의‘순정한’ 백인 우선주의로 되돌린다는 것을 의미 한다. 대외정책의 모델 역시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한 ‘명백한 운명’이고 제국주의로의 전환을 주도한 매킨 리라는 점에서, 패권 이전의 미국이다. 트럼프는 2기 정부 출범 직후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다양성-형평성-포용성 등 진보적 정책에 대한 반대 와 대규모 이민자 추방 등 반이민/난민 정책을 통 해 백인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한편 소위 상호관세 를 통해서 미국 우선주의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며 기존의 다자 무역 질서의 근간을 파괴했다. 이러한 백인-미국 우선주의의 수단으로서 트럼프 우선주의 역시 대내적으로는‘단일 행정부론’의 기치 아래 기 존의 삼권분립과 법치 자체를 위협하는 대통령 권한 의 강화, 대외적으로는 예의 거래주의적 행태로 한 층 강화되었다. 트럼프 2기의 백인-미국-트럼프 우선주의에 따른 혼 란은 대외정책 분야에서도 두드러져서, 덩샤오핑과 고르바초프의 개혁 시도에 비견되는 전쟁의 충격 없 이 강대국이 기존 전략을 전폭적으로 폐기하는 자살 행위나 정치적 혁명에 비견되기도 한다. 트럼프 1기 가 탈냉전 단극 패권에 대한 비판에 집중했다면, 트 럼프 2기는 이차대전 이후 미국 세기 혹은 패권의 기 본 문법을 부정한다. 헨리 루스가 1941년 라이프 지 의 미국 세기 논설에서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미 국이 국제환경 자체를 관리하는 국제적 지도력을 발 휘해야 한다고 역설한 이래, 미국 패권의 핵심적 과 제는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 적어도 동맹국에게도 12 이익이 되는 국제질서를 수립, 관리하는 지도력이 었다. 그런데, 2025년 1월 트럼프 2기 취임 직전의 인사청문회에서 국무장관 지명자 루비오는 이차대 전 이후 국제질서 자체가 미국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12월 초에 발표된 트럼프 2기의 국가안보전략은 기존의 패권 전략이 전 지구 적 지배를 국가이익으로 규정한 오류를 비판하고 미 국이 세계질서를 떠받드는 시대의 종언을 선포했다. 백인 우선주의는 남부 국경에 대한 비상사태 선포 와 이민자의 침략에 대응하는 군대의 동원 등 미국 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넘어 유럽에게 이민 규제 등 을 통한 문명 재건을 요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미 국 우선주의는 바이든 정부의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는 물론 트럼프 1기의 강대국 권력정치의 틀까지도 아예 언급하지 않은 채 폐기하고, 이스라엘과 러시 아의 군사적 우위를 인정하고 서반부에 대한 지배를 대외 전략의 최우선적 과제를 설정하고 중국에 대해 서는 군사적 억지와 함께 경제적 공존을 도모하는 등 급진적 현실주의로 선회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 의 대전제는, 이차대전 이래 패권의 핵심적 논리인 미국 체제의 존속과 발전에 유리한 국제질서를 수립 하고 관리하는 리더십에 대한 강조를 사상한 채 여전 히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는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그 핵심적인 수단은 동맹 동원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2 기의 대외 전략은 미국이 스스로 미국 세기/패권의 종언을 지향하는 탈패권 미국 우선주의로 볼 수 있 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평화를 건설하고 권위주 의 강대국과 거래를 성사시키며 동맹들을 압박하는 ‘유연한 현실주의’는 트럼프 우선주의의 새로운 이름 이라 할 것이다. 2025년 10월 트럼프와 시진핑 정상회담은 힘에 기 반한 트럼프의‘유연한 현실주의’의 대표적 사례이 다. 중국은 트럼프 1기의 무역 전쟁 이래 경제적 상 호의존을 무기화한 미국에 대응하여, 특히 바이든 정 부의 첨단 기술 통제를‘미러링’하여, 대미 수출 의존 도를 줄이고 희토류를 중심으로 중국 주도의 경제 제 재, 상호의존의 무기화 체계를 갖추었다. 트럼프의 상호 관세 협박에 유일하게 중국만 보복관세로 맞섰 고, 시진핑에게 거듭 협상을 요청하며 추가 관세 인 상 등을 협박하던 트럼프는 APEC 계기 한국에서의 정상회담에서 관세 전쟁의 일시 휴전을 선택했다. 하 지만 한국에게는 소위 상호관세의 인하 조건으로 대 규모 투자와 대중 견제에 주한미군을 동원하는 방향 으로의 동맹 현대화에 대한 합의를 받아냈다. 한국 과 일본에게 중국의 제1도련선 돌파를 억지하는 데 기여를 압박하는 국가안보전략과 중국과의 안정적 평화를 제1의 목표로 설정한 국방전략의 맥락에서 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억지의 능력을 갖 추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하면서, 동맹국 한국은 독자적으로 미중관계를 헤쳐 나가는 전략적 자율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미국의 재건과 중국 억지에 동원되는 종속적 도구로 규정되 고 있는 것이다. 2) 팩트시트 혹은‘을사늑약’: 한미동맹의 새로운 조건 트럼프 정부의 한국에 대한 요구는 2025년 8월과 10월 두 차례의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설명 자 료, 팩트시트로 정리되어 11월에 발표되었다. 그 기 본틀은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 수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요구한‘일괄타 결(One Stop Shopping)’이었다. 출범 직후 2기 트럼프 정부는 불법이민자 단속과 정 부효율부의‘심층국가’ 해체 등에 집중하였다. 미 무 역대표부가 3월 국별 무역장벽보고서를 발표하며 경제적 공세를 예고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미국 우선주의의 공세는 4월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로 시작되었다. 한국에게는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되었다. 4월 4일 헌재가 윤 석열 파면 결정을 내리자 트럼프는 4월 8일(자신도 탄핵되었다가 3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여 국무총 리로 복귀한) 한덕수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일괄타 결’을 요구했다. 트럼프가 SNS을 통해 밝힌 바로는 “거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한국의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한다. 4월 9일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 발표로 미국 증시 와 채권, 달러가 동시에 약화되자 상호관세 부과를 13 90일 유예했다. 상호관세 등 트럼프의 일괄타결 요 구 관련한 협상을 맡을 한국측 주체는, 한덕수 권한 대행이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을 자신의 대선 출마의 무기로 사용하려 하다가 낙마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6월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 49% 대 41%로 승리하면서야 정해졌다. 윤석열 탄 핵은 비상계엄에 맞선 시민들의 힘,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탄핵의 후폭풍 속에서 도 보수 후보가 41%나 득표한 것은 정치적 양극화 의 심연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취임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응원봉으로 이뤄낸 빛 의 민주주의 혁명을 기리면서도 모두의 대통령이 되 겠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민생, 경제, 외 교, 안보, 민주주의 모든영역에서 엉킨 실타래처럼 겹겹이 쌓인 복합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진보와 보 수의 이념의 틀을 뛰어넘는 실용적 접근,“실용적 시 장주의”를 채택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대외 정책의 기조 역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대 미 편승 가치 외교와는 차별적이지만, 여전히“굳건 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하는 것이었다. 구조적으로 경제와 안보 등에서 한국의 미국에 대한 의존의 반영 이었고, 제도적, 이념적으로는 군부와 외교 채널, 사 회 전반의 미국화 등의 발로였다. 정치적으로 보면, 민주당에서도 비주류로 소년공 출신의 시민운동가 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이재명에게 씌 워진‘반미, 반일, 친중, 친북’의 이미지 혹은 낙인을 한국 사회 전반은 물론 미국에게도 해명하고 상쇄해 야 할 필요 때문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필요는 노무 현 정부 시기 자주파-동맹파 논란에서 동맹파의 대 표적 인물인 외교부 관료 출신 위성락을 안보실장에 앉힌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11월 14일 발표된 팩트시트,“이재명 대통령과 도 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 공동설명 자료”는, 미국 의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한 한국의 3500억 달러 규 모의 대미 투자에 관한 7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러트닉 미 상무장관 간의‘한미 전략 무역 및 투자 합의’와 8월과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합의 는 물론 3월 미 무역대표부의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 에 담긴 한국에 대한 시장 개방 요구 등의 트럼프 2 기의 새로운 요구는 물론, 바이든 정부등 이전 역대 미국 정부들이 기존 연례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을 통해 한국에게 요구했던 동맹 현대화와 경제안 보 기여 등이 총망라된 것이었다. 팩트시트는 총 8개 항으로 구성되었다. 1-5항이 경 제통상이고, 6-8항이 안보 관련이다. 1항(미국의) ‘핵심 산업 재건과 확장’은 미국의 재건을 위해 한국 의 자원을 동원, 수탈하는 것이 팩트시트의 기본 구 성이고, 한미동맹의 새로운 조건임을 분명히 한다. 조선 분야 1500억 달러와 추가적인 2000억 달러 투자에 따른 상호관세 15%로의 인하, 자동차와 목 재, 의약품 등 품목 관세 15%로의 인하, 반도체 관 세를 경쟁국(“미국이 판단하기에 한국의 반도체 교 역규모 이상의 반도체 교역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 합 의에서 제공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게 할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2항(한국의)‘외환시장 안정’은 미국 의 투자 요구에 대해서 한국이 외환위기 위험을 들어 조정을 요구한 데 따른, 일종의 대미 투자 관련 부가 조항이다. 조선업 제외 2000억 달러 투자 중 매년 투자 규모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고 외환 위기의 위 험이 있을 경우 한국이 금액과 시점 등의 조정을 요 청할 수 있고“미국은 신의를 가지고 그와 같은 요청 을 적절히 검토”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조정 요 청을 미국이 수용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3항‘상업적 유대 강화’는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 국측이 3500억 투자와 별도로 밝힌 트럼프 임기 내 한국 기업의 1500억 달러 추가 투자,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그리고 한국의 미국상품 구매(Buy America In Seoul) 이니셔티브이다. 4항 ‘상호무역 촉진’은 자동차 안전기준 조정, 식품과 농 산품 비관세 장벽 제거, 망 사용료와 온라인플랫폼 등 규제 철폐, 변호사 업무와 지적 재산권 보호 등 연초 미 무역대표부의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가 총 망라한 한미 FTA 체결 이래 미국의 한국 시장 개방 요구가 내용이다. 5항‘경제 번영 수호’는 중국 견제 를 위한 안전한 공급망 확보 등 경제안보의 요구가 핵심이다. 6항‘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과 미국의 14 확장억제 공약, 핵협의그룹 활동을재확인하고는, 세 가지 관련 합의를 나열했다. 첫째, 트럼프의‘미국의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정당한 비용 지불’ 요구 에 따른 한국의 GDP의 3.5%로 국방비 증액, 2030 년까지 미 군사장비 250억 달러 구매와 주한미군 지 원 330억 달러 지원이다. 둘째, 한미동맹의 전환 관 련해서, 미국산 무기 구매와 방산협력을 기반으로 하 는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협력과(실제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담보하는) 북한을 포함 하여“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2006년 이래의 관련 양해를 확인”하면서 강화한다는 것이다. 셋째, 사이버과 우 주공간 등 새로운 영역에서, 그리고 인공지능 등 새 로운 분야에서의 협력이다. 7항‘한반도 및 지역 사안에 대한 공조’는 북한, 일본, 중국 정책 관련 세 가지 내용이다. 첫째,“북한의 완 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 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할 것”과“대북 정책 관련하여 긴밀한 공조”와“북한이 의미있는 대화로 복귀하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포함 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기를 촉구하였다.” 둘째, 한 미 간, 그리고 한미일 협력 강화이다. 셋째, 중국 견 제 관련해서 항행과 상공의 자유 및 대만해협의 평 화와 안정성의 중요성에 합의하고, 그리고“양안 문 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하였으며, 일방적 현상 변 경에 반대하였다”. 8항‘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 발전’은 조선업, 원자력협정, 핵추진 잠수함 관련이다. 첫째, 한국 조 선업의 유지, 정비, 보수 능력 및“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회복력”을 활용해서“한국 내에서의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하여, 최대한 신속하 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 함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다.” 둘째,“미국은 한미 원 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 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 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 셋째, 미국의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 인과 이를 위한 연료 조달 등 협력이다. 2025년 한미 팩트시트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담 은, 1905년 일본이‘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주권을 침 탈할 것처럼, 한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21 세기판‘을사늑약’이다. 미 러트닉 상무장관을 상대 로 이른바‘관세 협상’을 벌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 부 장관은 11월 관세-투자 양해각서 협상을 마치고 ‘트럼프 정부가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트럼프에게 신 라 금관을 바치며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미동맹의 ‘황금시대’가 개막되었다고 상찬하였었다. 11월 팩 트 시트 발표 직후에는 상업적 합리성 등의 조건을 통해서“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불 신과 우려 또한 확실하게 불식”할 수 있게 되었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에서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여,“한미동맹은 안 보와 경제, 첨단기술을 포괄하는 진정한‘미래형 전 략적 포괄동맹’으로 발전, 심화”하였다고 공식적으 로 평가하였다. 하지만 동시에“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추가로 새롭게 얻어내기 위한 능동적 적극적 협상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의 요구에 의해서 국제 질서 재편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손실을 최소화해야 되는 그런 일종의 비자발적 협상을 해야 되는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 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야당을 비롯한 국내의 조 속한 협상 타결 압박을 견디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 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2026년 신년사에서는 관 세 협상으로 국익의 손실을 최소화와 경제적 불확실 성 제거하기는 했지만,“그로 인한 혜택이 일부 대기 업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고 한국 산업 생태계 붕괴와 국민 경제 전반의 리스 크를 인정했다. 트럼프의 강압을 인정하더라도, 이재명 정부는 팩트 시트에서 트럼프의 새로운 요구뿐 아니라 전략적 유 연성이나 경제안보 등 바이든 정부 등 미국 주류의 기존 요구를 모두 수용했고, 그에 따라서 팩트시트의 일방적 구조는 양적, 질적으로 너무나 분명했다. 중 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의 추진과는 충돌하는 지점이 너무나 많다. 경제-안 보 8개항 전반의 체계적인 조율이 이루어졌는지 의 심하지 않을 수 없다. 15 ‘관세-투자’ 합의의 경우, 한국에게는 직접적인‘투자’ 의무가 주어지지만, 미국은 그에 따른 외환 위기에 서 한국의 조정 요청을 수용할 의무가 없고, 상호관 세와 품목 관세는 물론 비관세장벽 개방의 요구 등 다양한 압박 수반을 지니고 있다. 한미 FTA는 한국 의 대미 수출에서는 무효화되었지만, 비관세장벽 중 심으로 미국이 한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여전히 유효한, 일방적으로 한국에게 불리한 이중의 굴레 가 되어버렸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해서도, 북한 이외 역 내 위협에 대해 주한미군이 재래식 억지 능력을 강화 하는 데 기존의 노무현 정부에서 맺는 상호 양해, 즉,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고“미국 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군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포함되지 않을 거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 한다는 합의를 확인할 뿐이다. 보수 정부에서 추진 한 조건부 전작권 전환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고, 윤 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합의하며 중국의 강력한 반 발을 초래했던 대만해협에서 일방적 현상변경에 반 대한다는 합의도 그대로 남아 있다. 대북 정책 관련 해서도(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와 싱가 포르 공동성명의 기조가 충돌한다. 한미 연례안보협 의회 공동성명에서 지속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요성과 유엔사의 정전협정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 하기도 했는데, 이는 동맹 조정을 통한 한반도 비핵 화와 평화체제 수립의 길을 가로막고 타미플루 논란 이 재연될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었다. 원자력 농축과 핵연료재처리 권한의 확대가 그나마 한국이 얻어낸 것으로 선전되지만, 현 한미 원자력 협정과 미국 국내법에 따라 한국의 관련 민간 능력 향상으로‘귀결된 절차’에 협의한다는 규정을 고려하 면, 그 실제적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핵추진 잠수 함 건조‘승인’이 사실상 유일한 소득이라 할 수 있다. 핵잠은 방산업계의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고, 북핵에 대한 대응으로 독자 핵무장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 국의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보수의 입장이나 자 주 국방에 대한 민주진보 진영의 소망과 조응하며, 잠재적 핵능력 보유를 지지하는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이슈이다. 하지만, 핵잠 건설은 실제로 수십년이 걸 리는 장기 프로젝트이고, 북한은 물론 중국과의 안 보 딜레마를 심화시킬 위험성을 지닌다. 4. 이재명의 곡예 팩트시트 합의의 구조적 문제점들은 즉각적으로 한 국 외교의 장애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크게 두 가지 이유때문이었다. 하나는 이재명 정부가 10월 말-11 월 초의 경주 APEC를 계기로 다자외교를 성공적으 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경주 APEC를 계기로 미국과는 관세와 투자를 연계하는‘전략적 투 자’ 협상 및 안보, 경제, 기술 중심으로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재설정했다. 일본과는 정상간 셔틀 외교를 지속했고, 중국과는 11년만에 방한한 시진핑 주석과 회담하며 한중관계의 정상화 를 도모하였으며,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역내 국가 들과의 관계도 다져나갔다. 다른 하나의 보다 중요한 이유는 핵심 합의인 관세 인하가 실행되었기 때문이 다.‘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는 한국의 대미 투 자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로 소급해서 미국이 관세를 인하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런 합의에 따라 관련 특별법이 11월 하순에 한국 국회에 제출 되었고 미국은 12월에 관보게재를 통해서 11월1일 자로 관세 인하를 단행하였다. 12월과 1월 미 국방 (전쟁)부의 헤그세스 장관과 콜비 차관이 새로운 국 방전략을 소개하며 한국을 GDP 대비 3.5%로 국방 비를 증액하는‘모범 동맹’으로 평가한 것도 팩트시 트의 문제점들을 가리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경제-안보 전반에 걸친 합의의 문제점들은 곧 연쇄적으로 불거졌다. 팩트시트 발표 직후 주한 미군 사령관은 남북이 뒤집힌 지도로 주한미군이 북 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강조였다. 12월 주한미군 사령관이 관할하는 유엔 사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김현종 차장의 비무 16 장지대(DMZ) 출입을 막으면서, 유엔사의 관할권과 한국 주권이 충돌하는 논란을 빚었다. 1월 여당에서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갈 등은 더욱 고조되었고, 통일부가 한국의 주권과 군 사적 논리에서 벗어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추진의 선봉이 되면서 자주파와 동맹파의 논란도 재연되었 다. 외교부가 주한 미국 대사를 상대로 미 국무부, 국 방부 관련 관료들과 팩트시트 합의 후속 조치 협의체 를 추진하자, 임동원과 정세현 등 전직 통일부 장관 여섯명이 12월 15일“과거 남북관계 역사에서 개성 공단을 만들 때나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 외교부는 미국정부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고 보수적이었”다고 비판하며 외교부 주도의“제2의 워킹그룹”에 반대하 는 성명을 발표했다. 자신을 공격한다고 불만을 제기하였다. 북한 비핵 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하고 관련해서 중 국의 건설적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 며, 북한 비핵화의 비현실성을 인정하고 핵없는 한 반도를 궁극적 목표로 하되 북한과 평화공존을 모색 하며, 그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 중국의 협력을 구하 는 등‘바늘구멍’이라도 뚫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 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강대국에 둘러싸이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온존한,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요건이나 안보 리스크는 세 계에서 유례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은 한국 외교의 기축일 수밖에 없다는 동맹파 혹은‘숭 미파’의 반발인 셈인데, 외교안보사령탑으로서는 무 책임한 발언이었다. 새해 들어, 작년 말 발생한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문 제가 한미 간 통상 문제, 비관세 장벽 문제로 비화되 고 상무부 장관이 반도체 관세 인상을 위협하더니, 1월 26일 트럼프가 한국의 특별법 제정 등 합의 이 행 지연을 이유로 상호관세와 자동차,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25%로 재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경 제 통상 분야 합의마저 뒤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정 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련 장관들이 급 거 방미했지만, 특별법 제정 지연에 따른 관세인상 방침은 확고하다는 입장과 비관세장벽 문제 등 여타 미국의 불만사항만 전해 듣고 왔다.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은 합의를 지키지 않는 거래주 의자 트럼프와 국익 손실 최소화, 경제적 불확실성 제거의 합의가 가능한지, 더 넓게 보면, 동맹을 수탈 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미국과의 미래지향적 포괄 적 전략동맹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대외전략 전략과 대 미 협상 전반을 조율해야 할 위성락 안보실장은 2월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쿠팡 등 미국의 문제제 기를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마치 한국 측의 잘못 으로‘관세협상’의 축이 무너졌고 그래서 자신이 맡 고 있는 원자력농축과 핵연료재처리 관련 협상도 지 연되고 있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의구심을 떨치 고 양국 관계를 순조롭게 출범시키는 데 공헌했는데 도, 아마추어리즘과 이념에 사로잡힌 진보 진영이 이재명 정부, 정확히는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난맥 상을‘전략적’으로 보면 일종의‘경제적 실용주의’ 혹 은‘경제 만능론’으로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실용적 시장주의 정부” 의 지향을 천명하고, 구체적 정책 목표로“명실상부 한‘국민이 주인인 나라’”에 이어“다시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를 꼽으면서 저성장이 정치적 갈등 의 근원이라는‘경제 근본주의’의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신년사는 수출과 주식 시장 활황의 성과를 배 경으로 새로운 성장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에 서, 국정 전반의 목표를 경제적 재도약, 대전환으로 설정한다. 경제성장이란 큰 틀에서,(수도권 중심에 서) 지방 중심 성장,(대기업 중심에서) 모두의 성장, “안전이 기본인 지속 가능한 성장,”“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 그리고“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인 성장”의 다섯 가지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모든 정책의 목표이자 수단인 셈이고,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은 인공지능의 혁신이다. 박정 희 개발 독재를 연상케하는 이러한‘경제 만능론’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균형발전 등 국내 정치적 개혁을 정당화하고, 트럼프의 강압에 맞서면 서 동맹을 관리하는 주요한 수단인 것은 물론 북한 에 대한 반감과 무관심이 교차하고 중국에 대한 혐 오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및 중국과 의 관계 정상화의 중요성을 대중적으로 설득하는 데 유효한 논리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투자 등으로 실 17 제 성장의 성과가 나지 않으면, 국정 전반을 이끌어 갈 동력과 정당성이 상실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대 외정책과 관련해서 보면,“‘민주 대한민국’의 국제사 회 복귀와‘국익 중심 실용 외교’는 성장과 도약을 향 한 우리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는 인식에 기반해서 방산과 한류의 문화상품을 외교적 자산으로 강조하 는 일종의 경제주의만으로는 국제사회와 글로벌 사 우스의 존경을 얻을 수 없다. 안보가 경제를 규정하 는‘경제안보’의 시대가 도래했고, 특히 팩트시트 자 체의 문구로만 본다면 한국은 이미 미국의 대중 견 제를 위한 안보, 경제 측면에서의 협력을 공약했다 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협력만으로는 미중전략경쟁 의 파괴를 넘을 수도 없다. 대외정책 관련해서‘전술적’으로 보면, 이재명 대통 령은 대내적으로는 일종의‘분할통치’를, 대외적으 로는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통일부와 외 교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양 부처가 각기 목소리 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비서실 장은 방산, 정책실장은 대미 통상 협상, 안보실장은 원자력농축과 핵잠 등으로 업무를 분장하고 있기도 하다. 첫 방미 시에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더 이상 ‘안미경중’은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이후 경주 APEC 계기로 다자외교를 추진하거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는 싱가포르와 중국 언론을 상대로‘전략적 자율성’ 을 강조했다. 연초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 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등을 배경으로‘역사의 바른 편에 서라’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대미 의존 을 줄이라는 요구가 아니라‘착하게 살라’는 공자 말 씀으로 이해했다고 딴소리를 했다. 중국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한 역사적 기억을 강조하고, 연이어 다카이치 수상의 대만관계 발언으로 중국과 대립하 고 있는 일본을 방문해서는 지방성장 등 공통과제를 포괄하는 경제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면서‘한중일’ 협 력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과 관세전쟁에서 휴전을 선택했고 올 4월 미중 정 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전반적인 안정화를 도모하 고 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으로는, 팩트시트와 미 래지향형 포괄적 한미동맹에 담긴 대중 견제의 구체 적 공약을 강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사이에서 이재명 정부의 줄타기가 가능 한 상태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일 정한 타협을 추구하고 한국과 일본을 묶어서 중국 견 제를 강요하지도 않는다면, 이재명 정부의 줄타기는 지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기회의 창 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 사이 경제안보적 자강과 외 교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대단히 불확실하 다. 당장 유럽안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콜비차관은 모범동맹 한국을 칭송하며 유럽에서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고, 단기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현재의 관 세 재인상 압박을 거둬들이더라도 온갖 이유를 들어 서 대미 투자를 압박할 것이다. 모범동맹의 임무를 다하는 한, 그리고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우리’의 이 념적, 관성적, 제도적 미국 우선주의를 극복하지 못 하는 한, 한반도에서‘조선’과의 평화공존 정책의 실 현은 불가능하고, 한중관계의 전면적 복원도 불가능 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사드 보복 이전으 로 한중관계를‘복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부 활한‘조선’과도 시진핑의 중국과도 트럼프의 미국과 도 기존의 관성을 벗어나는 새로운 관계의 비전이 필 요한데, 이재명 정부는 경제적 대전환을 넘어서는 시 대 인식과 전략적 비전을 결여하고 있다. 이재명의 곡예가 불안한 이유이다. 논란이 된 위성락 안보실장의 언론 인터뷰는 동맹파 의 숙명적 미국의존론을 드러낸 것이도 하지만, 그 러한 난맥상이 노정된 것은 궁극적으로는 참모들에 게 방산과 통상, 핵잠 등 업무를 분장하고 그 전반적 인 조율과 통제에 실패한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이 다. 트럼프가 작년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 18 저 자 이혜정(중앙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문 연구 분야는 미국 외교, 국제정치, 한미관계이다. 노르웨이 노벨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연세대 통일연구원 연구교수, 미국 몬태나대학 맨스필드센터 방문교수 및 청와대 국가안보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등의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다. Imprint Publisher Friedrich-Ebert-Stiftung Korea Office 5F, 49, Donhwamun-ro, Jongno-gu, Seoul 03133, South Korea Info.korea@fes.de Image credit Page 1 top: Friedrich-Ebert-Stiftung Brand Library The views expressed in this publication are not necessarily those of the Friedrich-Ebert-Stiftung e.V.(FES). Commercial use of the media published by the FES is not permitted without the written consent of the FES. FES publications may not be used for election campaign purposes. March 2026 © Friedrich-Ebert-Stiftung e.V. Further publications of the Friedrich-Ebert-Stiftung can be found here: ↗ korea.fes.de/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