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중문화와 생존자의 이야기 :해외출판 탈북 여성 수기의 식민적 시선과 젠더화된 서사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목 차 초 록 2 I. 들어가며 3 II. 연구 방법 4 III.‘고통의 문화산업’: 수기와 대중문화 5 IV. 글로벌 영상 미디어와 탈북 여성의 수기 8 V. 식민지적 시선과 젠더화된 서사 14 VI. 나가며: 텍스트 너머 행위주체성 20 참고문헌 23 Abstract 26 1 초 록 수기는‘사실’을 전달하는 비재현 문학으로 정의되지만 최근 글로벌 출판 산업 및 대중문화와 연계되면서 그 성격과 효과의 변화가 포착된다. 2000 년대에 들어서 TED 와 같은 글로벌 대중 강연 산업의 영향력이 확산되면서 수기 발화자의 경험이나 서사는 다변화되었으며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넘나들며 확장되었다. 그중에서도‘먼 타자’로 명명되는 피해자의 고난 극복 서사가 수기의 형식으로 소개되면서 서구의 독자들은 발화자의 고통에 윤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타자의 현실에 접근하는 경험을 제공받는다. 본 연구는 서구 출판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피해자의 수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것의 서사적 특징은 무엇인지를 탈북 여성의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대표적인 해외 출판 탈북 여성 수기 두 편을 분석하고, 저자 중 한 명인 이현서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강연 산업과 출판 시장이 어떤 식으로 결합되어 작동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수기의 장르적 효과와 수기 속 내재된 식민적 시선과 젠더화된 서사 양식을 분석한다. 탈북 여성은 자신의 경험과 자원을 활용하여 서구 출판 시장의 요구에 조응하면서도 수동적 피해자의 위치를 넘어서는 탈식민적 행위주체성을 모색하고 있다. 주제어: 수기, 젠더, 서사, 대필 작가, 탈북여성,‘사실’ 2 Ⅰ. 들어가며 서구 출판 시장에서 탈북민의 수기는 한동안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북한에 대한 호기심과 비례해 그곳을 떠나온 탈북민의 증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의 인권 유린 및 열악한 상황을‘증언’하는 탈북민의 수기는 대중 출판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북한 체제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주요한 증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탈북민 수기를 분석해보면‘증언’적 성격보다는 피해자의 경험과 고통을 전면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탈북 여성의 수기는 북한을 고발하는 것이 아닌 독자의 카타르시스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대중문화의 일부로 그 성격이 재편되고 있다. 사실 탈북민 수기가 대중적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북핵 위기와 긴밀하게 연동된다. 북한이 1993 년 NPT 탈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서구사회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제한적이었다. 1994 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이후에도‘가난한’ 북한은 서구 대중들에게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2000 년대 들어서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실험에 나서게 되고, 미사일 도발과 국지적 수준의 군사 충돌 등 주기적인 긴장이 반복되면서 북한 체제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산되었다. 게다가 2001 년 9 월 11 일 뉴욕에서 테러가 발생한 이후에 외부의 적에 대한 미국 내 적대감과 위협감이 극에 달하게 되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논의도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02 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 으로 명명하면서, 북한은 미국 및 서방 세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또한 2005 년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에서 채택되고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탈북민의 증언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즉, 국제정치적 상황 및 국제인권 레짐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탈북민 수기 출판이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2015 년부터 본격화된 탈북 여성들의 수기는‘증언’의 성격이 짙은 탈북 남성의 수기와는 조금은 다른 결을 지닌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을 표지 전면에 내세우면서,‘무고한’ 여성의 고난을 집중적으로 서사화하고 그녀들의 역경에 맞선 용기를 가시화하는 것이 그러하다. 북한 체제의 폭력을 강조하면서도 성폭력이나 인신매매 등 이주 과정에서의 선정적 폭력이 수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젠더화 된 서사가 탈북 여성의 수기에 내재화되어 있으며, 이것의 이면에는 북을 향한 서구 사회의 식민지적 시각이 깊게 배태되어 있다. 또한 탈북 여성의 수기 출판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이들이 글로벌 강연 플랫폼에서 자신의 고통을 전달함으로써 상당한 유명세를 얻었기 때문이다. 강연 시장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그녀들을 출판 산업이 포착하였고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그녀들의 이야기를 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출판사는 이야기의 상품적 3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수기라는 장르적 규칙과 문학적 표현 등을 세밀하게 조율하였으며, 그녀들의 외모, 배경, 가족, 사회적 위치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본 연구는 탈북 여성의 해외 출판 수기를 글로벌 대중문화와 출판 산업이라는 맥락에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탈북 여성 수기가 어떤 의도와 맥락에서 기획되었는지,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 수기가 전달하는 ‘고통’의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수기라는 문학 장르가 지닌 특성에 주목하면서 서구 사회가‘먼 타자’로 존재하는 소외된 집단의 고통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고통을 이겨낸 성공 서사가 만들어내는 감정은 어떠한 것인지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상업적 목적에 의해 대필 작가의 힘을 빌려‘기획’된 탈북 여성의 수기는 고통과 극복의 서사에 열광하는 현대 대중문화의 특성에 적극적으로 조응한 문화상품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탈북민 수기가 대중 서적으로 출판되는 과정에서 그( 녀) 의 이야기는 서구의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조금씩 조율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사실’은 고정된 의미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양가적 해석의 영역으로 변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서구의 출판 시장이 지속적으로 독재 국가 혹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억압받는 이들의‘이야기’를 통해 자유주의의 우월성을 확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서구의 문화식민주의가‘고통의 문화산업(c ulture industry of suffering)’을 통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탈북 여성의 해외 출판 수기는 그것이 지닌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식민주의적 시선과 젠더적 재현이 교차하며 의미를 둘러싼 권력의 각축이 일어나는 장이다. 또한 권력의 시선 앞에 서 있는 탈북 여성의 행위주체성도 단일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이고 전복적이며, 때로는 모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Ⅱ. 연구 방법 탈북여성의 해외출판 수기 중 Lee Hyeonseo 의 『The Girl With Seven Names: A North Korean Defector’s Story 』(2015) 와 Park Yeonmi 의 『In Order to Live: A North Korean Girl’s Journey to Freedom』(2016) 를 탈식민주의 이론과 개념을 활용하여 담론 분석하였다. 영어 수기 출간을 가능하게 했던 이현서와 박연미의 강연과 해외 미디어 보도 등도 보충 자료로 활용하였다. 박연미의 유튜브 채널도 연구의 주요 방향을 구축하는데 주요한 자료로 분석되었다. 무엇보다 이현서와의 두 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강연 산업과 수기 출판 전반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다. 심층인터뷰는 2022 년 1 월 15 일(1 차) 과 2022 년 3 월 6 일(2 차) 에 진행되었다. 1 차 인터뷰는 3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진행되었으며, 1 차 인터뷰에서 미진한 부분을 2 시간에 걸친 2 차 인터뷰를 통해서 보충하였다. 1 차 인터뷰는 녹음하여 전사하였으며, 2 차 인터뷰는 녹음하지 않고 4 연구자가 직접 받아 적었다. 연구 시작 전에 연구의 주요 목적과 의의를 충분히 설명하였으며, 인터뷰 참여자는 심층 인터뷰에 참여하는 것과 인터뷰를 녹음하는 것을 동의하였다. Ⅲ.‘고통의 문화산업’: 수기와 대중문화 수기는 작가가 직접 자신의 삶을 회고적으로 서술하는 문학 장르이며, 주로 비가시화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Heilbrun, 1996: 35-6). 대중적으로는 수기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지만, 학술적 영역에서의 논의는 1990 년대 이후에서야 본격화된다. 수기는 독자의 재편에 따라 등장한 문학 장르로“새로운 순수문학(new belletrism)”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Miller, 2000: 421-422). 학계에서는 수기를‘화자( 話者)’의 민주화에 기여한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문학적 가치의 하락이나 객관성의 부재, 나르시시즘의 강화 등을 지적하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수기의 대중화는 현대 사회의 문화적 환경을 일견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사의 죽음을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학은 점차 주체의 분열, 시공간의 파괴, 스타일의 강조, 에피소드의 나열 등의 특징을 지니게 되었는데, 이는 리얼리즘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진실성과 사실에 대한 서사적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Jameson, 1992; Lyotard, 1984). 소설이나 문학에서 리얼리즘적 경험의 부재는 문학 장에서의 비재현 문학의 증가, 특히 수기, 고발문학, 르포르타주 등의 확산을 촉발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다. 근대 부르주아의 문화로서 순수 문학 바깥에 존재하면서도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기도 한‘사실적(realistic)’ 이야기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는 문학 장르로 수기를 비롯한 논픽션 문학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김양선, 2016; 천정환, 2011). 그만큼 수기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직접 썼다’는 데 있다. 다른 문학 장르에서도 일인칭 시점의 서술이 존재하지만 실제 경험을 한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독자에게 더 큰 신뢰를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기가 반드시‘사실’을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기를 둘러싼‘사실’ 혹은 ‘진실’ 논쟁이 자주 등장하는 것만 봐도 수기의 사실성이라는 것이 상당히 모호한 영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기의 장르적 특성상 이러한 논쟁은 불가피한 것인데, 왜냐하면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회고’하여 서술한다는 것은 결국 화자 입장에서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회고적 증언을 단순히 과거에 대한 ‘사실’이나‘진실’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의 해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희영, 2005). 그만큼‘실제(real) 와 꾸며진 이야기(fictional)’가 모호하게 작동하는 장르가 5 수기이다(Toker, 2019: 15; Ranciere, 2011: 177). 게다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문학적 장치를 배치하여 논픽션보다는 픽션에 가까운 서사 형식을 따르는 수기도 많다. 한편 수기가 대중적 소구력을 갖기 위해서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비현실적이어서 독자들에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실존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서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피해자의‘믿기 어려운’ 고통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출판되고 있는 홀로코스트 피해자 수기나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로 인한 희생자, 난민이나 폭력적 가부장제의 피해자 여성들의 수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홀로코스트의 경우에는 180 여 편에 이르는 수기가 출판되었으며, 다큐멘터리, TV 드라마, 영화, 소설, 시까지 포함할 경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Monash University, Australian Centre for Jewish Civilisation 홈페이지). 그만큼 타인의 고통이 대중문화 전반에 주요 콘텐츠로 부상하면서,‘고통’을 전면적으로 다루는‘문화산업’이 자리 잡게 되었다. 타인의 고통이 문학 장, 덧붙여 대중문화 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선정주의의 확산과 깊은 연관이 있다. 죽음, 폭력, 고통과 같은 이야기와 이미지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심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먼 곳에 위치한 타자들의 고통은 독자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상황과 위치가 얼마나 안전한지를 감각하게 하는 주요한 기제이기도 하다. 손택(Sontag, 2004) 이 주장한 것처럼 미디어로 재현된 타인의 고통은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의 윤리적 무고함을 증명하는 것이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확인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만큼 타인의 고통을‘사실’로 감각함으로써 현실의 고통이나 문제로부터 탈주하는 효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독자나 관객의 욕망에 맞게 재현되는 타인의 고통은 그 어떤 현실적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소비’되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대중 서적이나 여타 다른 문화 매체에서 그토록 사실적이고, 선정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전시하고 있지만, 고통받는 이들의 상황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거나 사회적 연대의 자원으로 확산된 사례가 지극히 드물다는 것을 볼 때 과히‘고통의 문화산업’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반대로‘고통의 문화산업’의 긍정적 가능성을 주목한 연구도 있다. 볼탕스키(Boltanski) 는‘먼( 혹은 원거리) 고통(distant suffering)’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미디어에서 재현되어 스펙터클로 전달되는 고통, 역경, 고난 등은 수용자 개개인의 상황이나 인식 수준에 따라 차별적 방식으로 관여된다고 주장한다(1999). 전 방위적으로 전시되는 고통이 독자나 관객에게 무감각이나 무관심을 촉발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고통의 스펙터클이 ‘연민의 정치(politics of pity)’로 확장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Cohen, 2001; Smith, 1998: 22). 볼탕스키는 고통받는 이를 돕기 위한 기부나 자선활동뿐만 아니라 주변과의 소통을 통해 여론을 만들어가는 6 것까지도 윤리적인 관여로 해석한다(Boltanski, 1999: 11-17). 물론 미디어가 어떤 방식과 이미지, 내용으로 먼 곳의 고통을 전달하고 재현하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정치적, 윤리적 행동의 수준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타자의 고통에 감정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그들의 고통에 대해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다(Bonltanski, 1999; Scalia, 2001: 199-202). 그렇다면 여기서 공감하면서도 고통의 맥락과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문제가 등장한다. 즉, 누구의 고통은 쉽게‘소비’되며, 또 다른‘누구’의 고통은 윤리적이며 정치적 행동으로 확대되는가 하는 것이다. 초우리아라키(Chouliaraki) 는 볼탕스키의 이론적 틀을 활용하면서‘먼 고통’이 감각되고 관여되는 과정에서 ‘장소와 인간의 위계(hierarchies of place and human life)’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Chouliaraki, 2006). 고통받는 이의 장소적 위치와 존재적 성격이 관객이 얼마나 재현된 고통에 통감하며 개입하게 되는지를 결정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들이 감정이입이 가능한 존재인지, 그들이 연민의 대상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인지에 대한 것도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타자의 고통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해서는 심리적, 일상적 거리가 가까워야 하며 동시에 타자의 고통이 분명 문제적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논의는 타인의 고통을 감각하고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이후에 윤리적, 정치적 행동과 관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위계는 미디어 재현으로 가시화되며 관객의 해석을 통해 재생산된다. 예컨대 머나먼 곳에 위치한 식민지의 고통은 짧고 단순한 탐험 뉴스의 방식으로 재현되지만 서구 식민자 내부의 고통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재현되면서 관객은 타자의 고통을 전혀 다른 밀도로 감각하게 되는 것이다(Chouliaraki, 2008: 371-391). 이러한 재현의 차이와 감각의 위계는‘행동의 서열(hierarchy of action)’을 촉발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문제적이다(Chouliaraki, 2006: 144148). 탈식민주의적 시각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서구의 출판 및 미디어 시장에서 재현되는 타자의 고통이 재현되는 방식이나 해석되는 차원 모두 권력적 위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구 식민자가 익숙한 장소와 존재일수록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결국 고통의 심각한 정도 혹은 시급성에 따라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선에 포착될 만한 존재와 그들의 감각될 수 있는 고통이 선택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탈북 여성의 수기가 서구 영미권에 앞다투어 출판되기 전에는 한동안 이란 여성 난민의 수기가 출판되었는데 이는 그 당시 미국 및 서구 사회가 북한과 이란을 가까운 존재로 조금씩 인지했기 때문이다. 1980 년대 처음으로 출판된 이란 여성의 수기는 대중적으로나 학계에서나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가 1990 년대 후반부터 점차 관심을 받았다(Malek, 2006: 361-364). 특히 9.11 사건 이후에 부시 대통령이 이란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하게 되면서 이란 난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란 문제가‘식상해 질’ 무렵 출간되기 7 시작한 탈북 여성의 수기는 역설적으로 미국 사회 내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가능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북한 체제가 핵을 앞세워 서구 대중의 인식 체계에 각인되지 않았더라면 탈북 여성의 수기도 출판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서구의 시선에서 고통의 당사자는‘이상적 피해자’의 모습으로 재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란 난민 수기의 경우에는 1990 년대 후반부터 2000 년대 초반에 출판된 총 12 편의 수기 중에서 여성 수기가 8 편으로 남성 수기의 두 배가 된다. 이란 남성의 수기는 주로 개인적 폭로, 자아성찰, 위치성이나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이란 여성 수기는 정권의 폭력 아래 난민화의 과정을 개인적 경험과 적절하게 연결하여 작성했다는 특징이 있다(Malek, 2006). 특히 테러리스트와 같은 이미지가 상당한 상황에서 이란 남성의 수기는 ‘고통’을 서사화하는 것보다는 이란 디아스포라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의 혼란 등을 다루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이란 여성의 수기는 정권의 폭력을 고발하면서도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다양한 고통을 묘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서구의 대중에게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상상되는 이란 사람의 재현에도 젠더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권의 피해자 형상이 주로 여성으로 재현되면서 여성 피해자라는 재현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소구력을 지니게 된다. 주지하듯 사회에서 용인되는 결백하고 무고한 피해자는 주로 아이, 청년, 여성 등의 형상을 하고 있다(Nils, 1986). 설혹 유사한 피해나 고통을 남성, 장년, 권력자가 경험했더라도 이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거나 대중에게 연민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전형적’인 피해자는 결국 불안정한 주체, 소외된 집단, 거기에 미숙하고 순결한 이미지를 가진 주체의 모습을 띈다. 대중 출판 시장이나 미디어 영역에서 아이들이나 여성( 특히 젊은 여성) 의 고통을 서사화하는 데 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Ⅳ. 글로벌 영상 미디어와 탈북 여성의 수기 탈북 여성 수기 중 가장 높은 판매고와 반향을 일으킨 책은 단연 『 The Girl With Seven Names: A North Korean Defector’s Story』(Lee, 2015) 와 『In Order to Live: A North Korean Girl’s Journey to Freedom』(Park, 2016) 이다. 이현서의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며 전 세계 40 여 개 국가에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박연미의 책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동시 출간되었으며, 상당한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여성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한국의 종편 방송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영상 미디어를 통해서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이현서는 2011 년부터 채널 A 의 탈북여성 토크쇼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 에 출연했으며, 8 박연미도 2012 년 11 월부터 같은 방송에 출연하였다. 1 이 당시에는 탈북 여성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종편 방송을 중심으로 여럿 만들어지면서 상당수의 탈북 여성들이 미디어 장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녀들이 미디어에 출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의 존재가 해외 언론이나 외교 행사를 통해서 먼저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이현서는 영국 대사관의 탈북민 후원 프로그램인‘English for the Future’에 참가하게 되면서, 다양한 외교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3 월 6 일). 2012 년 4 월에 서울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와의 간담회에 초청되면서 외교 행사에서 얼굴을 알리게 되었다( 통일부 티스토리 홈페이지, 2012.4.4.). 2 북한에 대한 외교가의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와 맞물려 해외의 국제 행사에서 그녀를 초청하기도 하였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그녀의 삶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 The Wall Street Journal 」, 2011.7.11.). 두 여성은 해외 언론이나 외교관 등과의 접촉을 통해서 영어가 얼마나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남한 내 다수의 탈북 여성 사이에서는 주목을 끌기 어려웠지만 영어로 인터뷰가 가능한 탈북 여성은 글로벌 무대에서 희소성이 있었다. 남한의 탈북 여성 중 한 명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무대로 진출을 꿈꾸면서 이현서는 영어 습득에 몰두하였고, 상당한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된다. 박연미도 필리핀 어학연수에 참가하게 되면서 영어의 중요성을 체감했고,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해외언론, 대사관, 인권 관련 해외 NGO 와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했다. 이현서와 박연미는 글로벌 무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그러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마침내 2013 년 이현서는 TED 3 에서 라는 강연을 하게 되면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박연미는 2014 년에 열린 One Young World 연례 회의에서 한 강연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 해외 출판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2022 년 현재까지 이현서의 강연은 총 2,080 만 회, 박연미의 강연은 440 만 회 시청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이현서와 박연미의 1 박연미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51 회부터 출연하였고, 그 당시의 이름은 박예주였다. 2 이현서는 통일부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기자단< 상생기자단> 4 기로 활동하면서 그녀가 영국의 부총리를 만났던 것에 대해서 직접 리포트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https://unikoreablog.tistory.com/2152 3 TED 는 Technology, Entertainment and Design 의 약자로 1984 년부터 시작된 일회성의 컨퍼런스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현재는 TEDx 라는 형식으로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강연회를 주최하고 있으며, 강연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9 강연은 비슷한 포맷과 서사 양식을 공유한다. 10 분 남짓 동안 북한 체제의 잔혹함을 고발하고, 자신과 가족이 경험한 중국에서의 힘겨운 삶, 거기에 이주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였다. 북한의 식량난 등을 언급할 때나 힘겨운 상황을 울음 섞인 목소리로 설명하는 것도 그러하고, 마지막에는 고난과 고통을 이겨내고 자유의 세계에 안착하여 행복하다는 메시지도 동일하다. 물론 강연 곳곳에 북한 주민의 고통을 함께 해결하자는 정치적, 윤리적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TED 식의 강연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지식 산업의 성격을 보여주는데 깊은 수준의 지식 전달보다는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나 명사들의 경험 등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16~18 분 내외의 강연 포맷으로 대부분 한 명의 강연자가 명료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 The New Inquiry 」, 2012.2.15.). TED 강연은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사실에 질문을 던지는 포맷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TED 강연이 지속되면서 공유되는 강연의 질이 점차 하락하기도 하였고, 지나친 상업주의의 개입이 신선함을 반감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TED 강연회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TED 강연회에 참가한 이들이 다양한 강연을 접하면서 마치“더 나은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엘리트 집단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 The New Statesman 」, 2012.9.10.). TED 의 포맷은 이후에도 다양한 강연 플랫폼이나 콘퍼런스에서 활용된다. 박연미가 참가했던 One Young World 의 경우에도 전 세계의 젊은 청년들이 모여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TED 식 강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TED 포맷은 지식의 전달보다 관객이 강연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영감이나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TED 강연에서 꾸준히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이야기, 난민이나 피해자의 극복기 등이 등장하는 것은 관객이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이 살만한 곳’이며 스스로‘긍정적인 일’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측면에서 탈북 여성들의 역경 극복기는 TED 와 같은 강연 플랫폼이 찾는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타국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 부분 소개된 이후에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야 하는 문화 매체의 속성상 베일에 싸인 국가인 북한과 북한 출신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현서는 본인이 TED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이“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그녀는 2012 년에 TED 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시했던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서 선발되었다. 그 당시 세계 주요 국가와 도시에서 새로운 강연자를 찾기 위해서 TED 글로벌 오디션이 펼쳐졌고, 이현서는 서울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 탈북민 중 영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들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강연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녀를 포함해서 전 세계 오디션을 통해서 선발된 이들의 5 분 남짓한 강연이 TED 홈페이지에 10 게시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이들을 선정해서 2013 년 TED 강연회에서 강연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현서는 자신의 강연이 온라인 독자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녀의 호소력 넘치는 강연도 기여를 했겠지만 돌이켜 보면 탈북 여성의 이야기가 상당히 희소성 있었던 그 당시의 분위기도 일정부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잇게 되면서 서구 언론의 높은 관심이 북한에 집중되었던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럽게 TED 에서 강연할 기회를 얻은 이현서는 열심히 강연 준비를 했다. 글로벌 오디션으로 추가된 강연이기 때문에 주어진 강연 시간은 13 분에 불과했다. 게다가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탈북민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연을 준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동했다. 스크립트 쓸 때 그거는 당연히 이렇게 내용이 오고 갔죠. 왜냐하면 나는 그때 TED 하고도 좀 마찰이 처음에 있었던 게 나는 내 이야기하기 싫다 이랬었어요. 저는 어디 가서 내 이야기하는 게 별로 안 좋은 줄 알고.( 중략) 북한의 실상을 얘기하겠다고 했더니, 너는 너의 이야기를 하라고 그러더라구요. 오디언스하고 인터렉션을 해야 하는데 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주제를 하면 오디언스와 교감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이현서는 글로벌 강연 플랫폼에 진출한 첫 번째 탈북민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북한 체제의 실상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TED 담당자들은 그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현서는“탈북자라고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 창피했”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무엇보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그녀의 이야기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탈북자들에 비해서 제 얘기가 뭐 특별할 것도 없고. 사실 비교하면 제 얘기는 그냥 평범하잖아요.( 중략) 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랑 다른 것 같아요. 외국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그냥 나의 이야기.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얘기라고 하더라구요(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TED 강연의 포맷에서 관객과의 소통이 강조되는 것도 그러하고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제공하려는 목적 때문에도 강연자의 개인적이면서도 내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현서는 영어로 강연이 가능한 다른 탈북민들의 경우에는 개인의 고통과 극복에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북한 체제를 11 폭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서구 대중이 공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영어로 증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수기를 읽는 서구 독자의 관심은 고통을 겪은 이들의 개인적이며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박연미는 이미 이현서의 강연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대에 섰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고통을 전달하고자 했다. 분홍색 한복을 입고 강연 내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전달한 것도 그러하고, 어머니가 자신을 대신해서 강간당하는 사건과 같은 쉽사리 전달하기 어려운 경험을 폭로한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만큼 관객과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젊은 아시안 여성의 울부짖음은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슬픔을 경험하게 하였고, 강연장에 있었던 상당수의 참가자와 발표자, 그리고 심지어 사회자까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의 강연이 인기를 끌자 출판사는 빠르게 움직였다. 이현서에 따르면 TED 강연 이후에 전 세계 많은 출판사 및 강연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들은 이현서의 수기 출판을 계약하고자 했으며 대필 작가까지도 출판사에서 책임질 것을 제안했다. 4 박연미는 상당한 규모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펭귄 출판사에서 출판하였고, 대필 작가도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을 썼던 메리안 볼러(Maryanne Vollers) 가 진행했다. 이현서는 두 명의 대필 작가가 작업을 했는데, 첫 번째 작가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알려진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 이었다. 출판사는 상당한 고액을 지불하고 그를 고용하였지만 그만큼 빠른 작업을 요청했다. TED 강연 이후 이현서의 인지도가 상당할 때 바로 책이 나와야 했기 때문에 대필 작가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3 개월에 불과했다. 마이클 브린이 그때 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때 마이클 브린이 늘 나한테 했던 말이 Memoirs of a Geisha 그게 원래는 책으로 나왔었대요. 근데 딱 자기 같은 케이스래요. 그 스토리는 여자고 그거 대표를 해서 쓴 작가는 미국 남자였다는 거에요. 그런 대작을 만드는 4 이현서에 따르면 본인과 박연미의 수기는 출판사가 기획 및 대필 작가 섭외까지 전적으로 책임진 사례라면, 이 전의 탈북 남성의 수기는 본인들이 직접 원고를 가지고 해외 출판사를 찾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해외 출판 시장의 환경을 이해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고, 탈북 남성의 지명도도 없는 편이어서 판매고를 올리는 것에는 어려움이 상당했다. 이현서와 박연미의 수기가 인기를 얻게 되면서 이후에 출판된 상당수의 탈북여성의 수기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대필 작가가 이들의 이야기를 책을 만들고자 먼저 탈북민에게 연락을 한 이후에 작업을 진행하고 대필 작가가 출판이 가능한 출판사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미 희소성이 상당히 상쇄된 상황에서 이현서, 박연미 이후의 탈북민 수기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12 데 9 년이 걸렸다고 하더라구요. 그 사람이 9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그렇게 어메이징한 책이 하나 나왔다. 그런데 나한테는 3 개월을 줬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전문 지식이 있었던 마이클 브린이 이현서의 수기를 쓰기로 결심한 데는 자신의 책이 Memoirs of a Geisha 처럼 한 개인의 삶을 통해서 북한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전문가로서 이현서의 수기에 상당한 정보와 지식을 담아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출판사의 의견은 달랐다. 출판사는 마이클 브린의 초고가 저널리스트의 글처럼 딱딱해서 대중 출판 시장을 겨냥하고자 한 기획의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무명에 가까운 또 다른 대필 작가인 데이비드 존(David John) 을 고용하여 문학적이고 쉽게 감정 이입이 가능한 방식으로 재구성하였고, 결과적으로 대중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현서에 따르면 마이클 브린이 쓴 초고는 15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책의 결말을 TED 에서 강연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데이비드 존이 쓴 최종 버전은 53 장으로 세분하여 가독성을 높였고 마지막을 미국인 남자친구와의 결혼으로 재조정했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3 월 6 일). 감성적인 언어와 표현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독자들이 쉽게 감정 이입하게 하는 데 집중하였다. 또한 이현서 수기는 스릴러 소설처럼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다음 장의 예고편의 역할을 하는 문장을 배치함으로써 독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대필 작가는 출판사의 기획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역할을 부여 받은 이들이다. 이들은 이현서와 박연미의 삶을 모티브로 이야기의 재구성과 문학적 재창작에 나선 작가이다. 조은아는 해외 출판 탈북민 수기에서 탈북 여성과 대필 작가는 모두‘작가’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탈북 여성이‘말로 글을 쓰는’ 작가라면, 그것을 손을 직접 옮기는 작가가 바로 영어권의 대필 작가라는 것이다(Cho, 2020). 하지만 이현서와 박연미의 자서전의 경우에는 특정한 에피소드를 강조 혹은 삭제하고, 북한- 중국- 한국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미국으로 이어지는 구조 등을 구축한 것은 대필 작가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대필 작가는 소설과 같은 픽션과 저널리스트적인 논픽션 사이를 적절하게 넘나들면서 충분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글을 쓴다.‘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배치하면서도 적절한 장치를 통해서 논픽션의 생동감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관련 이미지( 지도, 그림, 사진) 와 이현서와 박연미의 사진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수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수기의 또 다른 역할은 바로 교훈을 제공한다는 것에 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서사는 현실의 어려움에 빠져 있는 독자에게 잠시나마 희망과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즉 탈북 여성의 수기를 통해서 독자 스스로 각자의 삶이 얼마나 안전한지 그리고 자유주의 국가가 얼마나 우월한지를 감각하게 13 하는 것이다. 불행한 삶을 살아온‘어리고 아름다운 아시아 여성’에 공감함으로써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꿔내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교훈적 깨달음을 제공할 수 있다면, 수기를 읽는 것의 즐거움은 충분히 충족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효과는 자신들의 수기를 소개하는 이들의 강연에서도 강조된다. 이현서는 다양한 국제도서전부터 국제기구 콘퍼런스, 대학 및 연구기관 등에서 강연을 했다. 특히 이현서는 국제 금융인들이 모이는 행사에 초청받아 스위스에서 강연을 할 기회를 얻었는데, 온통 금융에 관련된 세션 사이에 자신의 강연이 배치되어 있어서“어리둥절”했다고 회고한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TED 강연이 그러했던 것처럼 세계 금융계 엘리트들의 모임에서 탈북 여성의 삶을 듣는 것은 그들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낫게 바꿔가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것일 수 있다. 탈북 여성의 고난 극복 서사는 청자가 누가 되건 교훈을 주기에 부족함에 없으며 각자의 위치에 대한 감사와 성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글로벌 강연 산업과 출판 시장이 이현서와 박연미를 발견했으며 이들의 이야기는 시장과 산업의 요구에 적절하게 조응하며 상품으로 재탄생되었다. 타자의 고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하는 서구 대중의 욕망에 따라 기획된 탈북 여성의 수기가 현실의 반향을 일으키기보다는 대중문화의 일부로 소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TED 식의 강연 포맷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의 서사 방식에서는‘먼 타자’의 고통과 삶은 단순화되고 파편적으로 전시될 뿐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피해자의 고통을 문화 상품으로 활용한 것 자체가 윤리적인 행동보다는 상업적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서구 대중의 취향에 따라 발굴된 탈북 여성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이야기는 시장이 찾아낸 또 다른 피해자들과 그들의 더 충격적인 이야기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2015 년 이래로 꾸준히 출간되었던 탈북민의 영문 수기가 2018 년 이래로 단 한 편도 출판되지 않은 것이 이러한 메커니즘을 증명해준다. Ⅴ. 식민지적 시선과 젠더화된 서사 해외 출판 남성 탈북민의 수기는 북한 체제를 고발하며 국제 사회의 역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제시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독자는 탈북 남성의 수기에서 북한에 대한‘정보’를 얻게 되며, 이들의 증언은 국제사회와 유력 정치인들의 북을 향한 비판이나 행동의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신동혁의 수기는 저널리스트의 해석을 통해 북한 수용소의 실상을 폭로하는‘진술’의 성격을 지니게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하나의‘증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장진성과 강철환의 경우에는 이들이 한글로 원고를 작성하고 이를 서구에서 번역 및 각색을 통해 출판되면서 북한 체제 고발이라는 성격이 좀 더 분명해진 사례이기도 하다. 이들이 14 1990 년대 후반~2000 년대 초반에 미국의 국무부를 포함한 국제기구에서 북한 수용소의 상황에 대해서 증언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공화당 정치인과 미국의 보수 단체와의 교류가 강화된 것이 이들이 서구에서 자신들의 수기를 출판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Song, 2018). 반면에 이현서와 박연미 수기는 영상 플랫폼과 출판 산업의 협업으로 출판되었다.‘아름답고 젊은’ 여성의 슬픔과 눈물이 미디어를 통해서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것이 출판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출판 산업의 요구에 조응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그녀들의 행위주체성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아무리 영어 실력이 출중하더라도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책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게다가 출판사의 기획 방향이 명확한 상황에서 대필 작가의 역할은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 수기에서의 대필 작가는 사실상‘주필’의 성격이 강하지만, 탈북 여성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수기의 형식을 감안하여 의도적으로 탈북여성이 직접 서술한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녀들의 자전적 이야기는 대필 작가를 거쳐‘서구의 시선’ 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일찍이 사이드는 서구와 동양이 어떠한 지식과 권력 체계를 관통하여 관계를 정립해 가는지를 분석한 바 있다. 그의 개념으로‘오리엔탈리즘’은 서구 식민자가 새롭게 발견한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기 위해 구성한 지식- 권력의 체계를 의미한다.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의 경험과 인식을 통해서 동양이 정의된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동양이 서구의 시선을 아래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서양의 정체성이라는 것도 타자를 정의하는 지식의 체계 속에서 구성됨으로써 반 타자의 의미체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바로 오리엔탈리즘의 가장 중요한 논점이다( 사이드, 2015). 서구의 시선에 포착된 북한과 탈북 여성을‘규정’하고‘정의’하는 지식의 작동은 두 여성의 수기 곳곳에서 발견된다. 두 수기 모두 북한- 중국- 한국- 미국이라는 공간적 이동을 시간순으로 서사화하는 것을 골격으로 한다. 불우한 환경에 내몰린 두 젊은 여성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에는 자유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메시지가 강조되어 있다. 두 책은 처음부터 1/3 의 분량으로 북한에서의 그녀들의 삶에 대해서 소개한다. 이현서와 박연미 모두 북·중 무역이 활발한 곳으로 알려진 혜산이 고향이다. 그녀들이 기억하는 혜산과 가족들의 삶은 상당히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렇게 따뜻한 가족과 고향의 기억을 고통으로 변하게 만드는 것은 북한 체제의 규율과 폭력이다. 박연미의 경우에는 김일성 주석의 죽음이 화병에 의한 것이라는 소문을 냈던 조선족 친척 때문에 온 가족이 보위부의 심문을 받았고(Park, 2016: 16-19), 이현서는 공개처형을 목격하면서(Lee, 201: 27-28) 조금씩 북한 체제의 폭력성을 인식하게 된다. 아이의 시선에 포착된 국가의 폭력은 순수하게 재현되는 이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 동요를 만들어낸다. 15 아이가 기억하는 북한은 가난하지만 사랑이 가득한 공간이다. 가족들은 화목했고, 작은 집이나 전기가 없는 환경은 노스탤지어적으로 그려진다. 박연미는 추운 겨울 밤 가족들이 모여 앉아 따뜻한 온돌방에 누워 장난쳤던 기억을 묘사하고 있으며(Park, 2016: 11), 이현서는 호기심 많은 어린 그녀가 고향 곳곳을 탐험했던 것을 아름답게 그려낸다(Lee, 2015: 12). 특히 이현서의 어린 시절에는‘마법’과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큰 사고를 운 좋게 피했던 그녀의 경험은 그녀의 삶을 가득 채운‘우연’과‘행운’의 복선으로 작동하기도 하고,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힘겨운 삶의 끝은 행복일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수기에서는 이들이 점차 체제의 폭력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북한 체제의 주요 통제 기제 및 사회 구조를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보위부의 존재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나 성분제를 사실상의 카스트 제도라고 덧붙이는 것, 정치적 이유에서 아버지가 다른 도시로 재배치되는 것과 공개처형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것 등 서구의 시각에서 문제시되는 북한 체제의 모순들이 대부분 망라되어 있다.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고향과 가족을 감성적인 표현과 언어로 묘사한다면 북한 정치 시스템과 사회를 이성적 언어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인민들의 일상의 삶과 북한 체제를 분리하는 담론 구조가 작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도 역시 서구의 시선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프랫, 2015). 서구가 잃어버린 가족애와 목가적인 풍경의 재현은 타자의 신비성을 강조하는 식민지적 시선의 일부이며, 과도한 국가 폭력이나 억압의 재현은 타자의 후진성을 드러냄으로써 권력적 담론 효과를 만들어낸다( 사이드, 2015). 수기에서는 경제난과 국가 폭력이 두 소녀의 가족을 붕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서술한다. 국경 도시에 살던 이들은 결국 국경을 넘는 일을 감행하게 되고,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의 삶은 상시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호모사케르와 다르지 않다. 그녀들이 경험하는 폭력은 젠더화되어 있으며, 성애화된 시선 아래 재현된다. 특히 박연미의 수기에서 그려진 중국의 모습은 성폭력, 인신매매, 성매매 등이 난무하는 곳이며, 그녀는 이곳에서 어머니가 강간당하는 것을 지켜보고, 자신도 13 살에 중국인 브로커의 정부로 전락하게 된다. 어머니를 구해내기 위해서 중국인 브로커의 요구를 들어주다가 그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지게 되자 그를 떠나 어머니와 성인채팅방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녀는 남한으로 가는 방법을 알게 되고, 채팅방에서 만났던 남한 남성의 조력으로 남한으로 이주하게 된다. 박연미가 국경을 넘었을 때의 나이가 고작 11 살이었고, 그녀는 중국에서의 지옥 같은 삶을 2 년 동안 지속하게 된다. 어린 소녀가 경험한 엄청난 성폭력은 세밀한 설명과 감정적인 표현으로 더욱 생동감 있게 독자에게 전달되지만 동시에 이러한 성폭력을 묘사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남성 시각에 포획된 성폭력의 재현 16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순결한’ 소녀가 범죄자의 정부가 되고, 두 사람 사이가 의존과 애증의 관계로 그려지는 것도 그러하다. 5 홍웨이가 일을 끝낸 뒤 나는 화장실로 가서 몇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랫동안 샤워를 했다. 나 자신이 더럽게 느껴졌다. 피가 날 때까지 몸을 박박 문질렀더니 조금이나마 나아진 듯했다.( 중략) 샤워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와본 홍웨이는 욕실 바닥에 축 늘어진 채 물에 잠기기 직전인 나를 발견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침대로 옮겼다. 그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보였다(Park, 2016: 146). 6 성폭력이라는 트라우마적 사건이 폭로됨으로써 박연미의 이야기는 피해자의 극복 스토리로 전환되기도 한다. 하지만 성폭력을 재현하는 방식의 전형성은 분명 문제적이다. 위의 인용문이 보여주듯 그녀가 경험한 성폭력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이 묘사되어 있으며, 그녀의 행동이나 의식은 성애화된 시각에 포획되어 있다. 이현서의 중국에서의 삶에 대한 서술도 젠더화되기는 마찬가지다. 17 살에 우연히 중국으로 건너간 이후에 친척이 자신을 조선족 남자와 결혼시키려는 것을 알고 도망친 이현서는 성매매 업소에 속아서 취업을 하는 위기 등을 경험하게 된다. 조선족으로 신분을 속이지만 상시적인 위협으로 인해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이동의 과정에서 총 다섯 번의 이름을 바꾸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김대중, 2020; 배개화, 2017). 가짜 중국 신분증으로 취업을 해 상해에서 꽤나 안락한 삶을 살던 그녀는 중국으로 출장을 온 남한 남성 김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김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이현서는 그와의 안정적 삶을 위해서라도 신분증이 필요했고, 이를 얻기 위해서 한국으로 갈 결심을 하게 된다. 이현서는 초국적 주체로 적극적인 행위주체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녀 삶의 중요한 결정에는 언제나 남성들의 조력이 있거나 결혼이나 사랑과 같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남한 남성 김과 결혼하기 위해서 남한으로 이주를 결심하는 것도 그러하고, 한국 사회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이 남자 친구와의 갈등 때문인 것도 그렇고, 이후 가족을 찾기 위해서 라오스에 갔을 때 또 다른 호주 남성 딕이 그녀에게 절대적 5 박연미와 범죄자 홍웨이와의 관계는 심지어는 로맨틱한 방식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또 다른 중국 갱단의 멤버인 홍이 박연미를 자신의 정부로 삼으려고 하자, 홍웨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박연미를 구해내며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그려진다(Park, 2016: 172-189). 6 영어 원문을 한글로 번역하였다. 한글 번역은 한글 번역본을 참조하여 확인하여 옮겼다. 17 환대를 베푸는 것도 그렇다. 이현서가 한국에서의 편견과 부당함을 이겨내기 위해서 선택한 미국행에서도 미국인 남자 친구와의 미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현서 수기 곳곳에는 로맨틱 소설과 같은 사랑의 감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녀의 삶에서 만난 남성들과의 사랑이 그녀가 북한- 중국- 남한- 라오스- 미국까지의 이동의 주요 행위 동력이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플롯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현서의 삶에는 분명 다양한 등장인물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대필 작가의 손에서 재탄생된 그녀의 삶에서 유독 남자 친구들이 주요 행위자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그녀의 남자 친구들은 전형적인 로맨틱한 이상적 남성형으로 그려진다. 대필 작가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남성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묘사하는 장면을 상당한 분량으로 그려내는 것에 숨겨진 의도는 분명하다. 바로 이성애적인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려는 것이며 식민자( 호주와 미국 남성) 혹은 유사(pseudo) 식민자 남성( 남한 남성) 의 조력을 통해서 구원받은 식민지의 젊은 여성이라는 징후적 의미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주지하듯 프랫은 식민화된 주체가 식민자의 언어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식민화된 주체가 자신을 재현할 때 식민자의 언어가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주장한바 있다( 프랫, 2015: 36-37). 물론 프랫이‘자아기술민족지’라는 개념을 통해서 주장하려 했던 것은 식민자의 언어가 개입하지만 그것이 수용되고 전유되는 과정에서 변용의 가능성을 주장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한 여성의 삶을 그려낸 이현서의 수기에 등장하는 남성들과의 관계나 사랑 등은 전형적인 가부장적 로맨스의 틀 안에 머물러 있다. 그녀가 전투 같은 삶을 살아 도달한 안정적인 안식처를 미국인 남자친구와의 결혼과 미국에서의 정착으로 재현한 것도 이성애주의와 가족주의 그리고 식민주의가 그녀의 수기에서 어떻게 교차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현서 수기가 내포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적 시선은 수기 출간 이후 이현서의 삶을 조명한 방송에서도 드러난다. 2013 년 5 월 7 일에는 호주 SBS 방송국의 Insight 프로그램에서는 이현서와 딕이 다시 조우하는 장면을 방송하기도 하였고(SBS ON DEMAND, 2013.5.7.), 미국의 여러 방송국에서도 이현서의 인터뷰를 방영하면서 그녀가 미국인과 결혼한 것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이현서에 따르면 호주 방송국은 그녀가 그동안 찾았던 호주인 딕이 직접 방송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는 호주인 딕을“영웅”으로 언급하면서 인류애적 행동을 감동적으로 설명하고, 그의 도움 없이는 가족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현서의 증언이 여러 차례 반복되기도 한다( 「 SKY News 」, 2013.5.8.). 미국 방송에 출연했을 때 다수의 인터뷰에서“그래서 지금은 누구와 결혼했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고,“미국인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현서, 2022 년 3 월 6 일 인터뷰). 즉, 수기의 내용이 다시금 글로벌 방송에서 다뤄질 때 북한과‘자유’ 세계라는 이분법은 더욱 명확해진다.‘자유’의 18 세계( 미국과 호주) 와 어둡고 폭력적인 세계( 북한) 가 구별되며, 그녀의 존재는 북한의 폭력성을 증명하는 것이며 ‘자유’ 세계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이현서와 박연미가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북한인권활동가라는 역할이 지닌 한계이다. 두 수기 모두 최종 종착지로 미국이라는 공간을 의미화하고, 북한인권활동가를 미래로 그려낸다. 그들이 미국을 동경하고, 세계무대에서 북한인권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해외 출판 탈북 여성 수기가 기획될 때부터 정해놓은 결말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한이나 중국과 대비되는 자유의 세계이며, 한국처럼‘가짜’ 환대를 베푸는 곳도 아니다. 이들이 그토록‘탈출(escape)’하여 다다르고자 하는 최종의 안전하고 완결한 곳이 바로 미국인 것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편견을 극복하는 방법은 미국에 진출하여 성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유’세계에서도 서열이 존재하는 것을 징후적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이 그녀들에게 허락한 자리는 제한되어 있다. 미국을 방문한 박연미가 놀라는 모습을 그려낸 아래의 글은 마치 순진한 시골뜨기가 값싼 음식과 옷 등을 파는 슈퍼마켓을 돌아보면서 미국 사회의 풍요로움을 경외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혹은 값싼) 공간이 제 3 세계에서 온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풍요로움으로 의미화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즉, 미국 사회에서 보고 싶은 탈북여성의 모습은 저가의 물건을 파는 슈퍼마켓에서도 그것의 풍요로움에 감탄할 수 있는 순진함과 자신의 경험에 관심을 기울이는 서구 사회에 한없이 감동하고 감사해하는 겸손한 태도이다. 한 시간쯤 지난 후 다른 학생들과 함께 월마트로 먹을 것을 사러 갔을 때는 미국이 더욱 커보였다. 지금까지 본 것들 중에 가장 화려한 상점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컸다. 그곳에서 파는 상품도 전부 거대했다. 나는 인자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그려진 커다란 파란색 튜브에 담긴 오트밀을 집었다. 밝은 주황색 포장지에 담긴 마카로니 앤 치즈도 먹어보고 싶었다.(Park, 2016: 248- 9).” 죽음과 성폭력이 난무하는 북한과 중국은 서구 독자의 관음증적 시선을 통해 야만의 공간으로 해석되며,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서구는 온정적이면서도 자유와 인권 등의 가치가 통용되는 곳으로 상징화된다. 두 공간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만들어내는 효과는 결국 얼마나 자유주의적 식민자의 공간과 권력이 정당하며, 이성적이고, 문명화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한번‘열등한 동양’을 정의하는 지식과 재현이‘우월한 서양’이라는 지식권력의 쌍생아임을 확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19 그렇다면 미국에 도착해 북한인권활동가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그들은 진정으로 주체성을 획득한 존재로 재탄생된 것인가? 세계무대에서 그들의 존재는‘북한’과 연관된 자장으로 제한되어 있고, 북한과 이주 과정의 피해자인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혹은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은) 가해자의 폭력을 폭로하는 것밖에 없다. 북한이라는 문제적 국가를 증언해 줄 사람이자, 가장‘순수한 얼굴’로 피해 극복의 서사를 증명해 줄 탈북 여성에게 주어진 자리는‘북한’과‘피해자’라는 자리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시장 논리와 식민주의적 시선에 포획된 이들의 이야기가 피해자의 주체적인 성장기가 되기에 한계가 분명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Ⅵ. 나가며: 텍스트 너머 행위주체성 이현서와 박연미는 글로벌 미디어의 유명 인사다. 박연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북한인권운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현서도 북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서구 미디어에 등장하곤 했다. 특히 박연미의 경우에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된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업로드하고, 미국의 황색 언론에 자주 등장하여 북한에 대한 폭로와 비난을 지속하고 있다. 자신의 외모를 전면에 내세우며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며, 서구 대중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서 더욱 자극적인 내용의 언설을 서슴지 않고 있다. 7 반대로 이현서는 서구 미디어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그만두었는데, 그 이유는 이제 더 이상 ‘북한 문제’가 대중적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현서는 탈북민과 관련된“시장이 포화”되었다고 진단한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피해자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극복 및 성공 서사를 원하는 서구의 대중의 관심이 다른 집단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강연 산업과 서구의 대중출판 시장이 발굴하여 기획한 탈북여성 서사의 유효 기간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공포와 충격이라는 감정을 전달하면서 서구 사회의 우월성과 안정감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던 그녀들의 강연과 수기는 2010 년대라는 국제정치적 상황과 적절하게 맞아떨어져 커다란 대중적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글로벌 대중문화 산업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두 탈북여성은 자신들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명성을 얻었다. 방송출연, 강연, 인터뷰, 집필 등 전 방위 영역에서 활약했다. 설혹 자신들의 이야기가 시장과 서구 대중이 욕망하는 것을 재생산하는 한계에 갇혀 있더라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장을‘확대’하는 것에 기여하기도 했다. 박연미가 유튜브로 진출한 것도 그러하고, 7 박연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주로 북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동영상을 포스팅하고 있다. 20 이현서가 수기 출판에서 멈추지 않고 글로벌 강연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활동한 것도 그렇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멈추지 않았다. 그녀들의 상업적 성공은 시장과 대중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녀들의 삶과 경험을 재단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지만, 역으로 그녀들이 글로벌 청중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 틈새를 활용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수기라는 텍스트가 지닌 식민지적 시각과 젠더화된 서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역동적인 행위주체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현서는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하던 시기를 성찰적으로 회고하기도 한다. 더 큰 고통을 겪은 탈북민에 비하면 자신의 경험은 평범하지만, 영어라는 자본을 가지고 있었기에 서구 사회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외모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이 시장에서 더욱 각광받기 위해서는“더욱 강하고 쎈 얘기”를 해야만 하고, 사실 그런 유혹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고 담담하게 증언한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인권활동가’로 처음에 활동할 때는“순수하고, 북한 인권에 대해서 정말 케어를 했지만”, 이제는 점차“순수하지 않고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는 생각에 괴롭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책 속의 그녀를 기억하고 만나고 싶어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은 이미 많이 변해 있기 때문이다( 이현서 1 차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그만큼 이현서는 텍스트가 그려 낸‘피해자’로부터 성장하였다. 과거의 모습을 반복하는 것이 분명 안락한 삶을 제공해 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현재의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선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현서는 이제 더 이상‘북한’ 문제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운이 좋아서” 탈북민이라는 위치를 활용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독립적인 개인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힌다. 방송이나 강연 활동을 모두 접고 일 년 넘게 공부에 매진한 이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이제야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현서 인터뷰, 2022 년 1 월 15 일). 수기와 강연 속의 탈북 여성이라는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이현서라는 존재로 다시금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녀를 발견한 것은 글로벌 문화산업이자 서구의 식민지적 시선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같은 자리와 위치에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수기 속‘이현서’에서 한 걸음 나아간 또 다른‘이현서’를 만나게 되면서 좀 더 근원적인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글로벌 문화산업과 서구 사회의 욕망이 만들어낸 구조에서 그녀는 과연 수동적인 행위자에 머무르기만 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산업과 식민지적 시선이 그녀들의 고통과 슬픔을 일방적으로 이용한 것일까? 구조적 한계를 완전히 무화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틈새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이러한 질문의 답을 지금 당장 결론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녀들의 행위주체성이 만들어낸 변화의 파장이 어디까지 21 확장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 이상 서구의 시선아래 서지 않기로 결심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22 참고문헌 김대중(2020),“초국가주의시대 미국 문학 속 탈북난민 내러티브 연구”, 『동서비교문학저널』, 54 호, 7-28 쪽. 김양선(2016),“70 년대 노동현실을 여성의 목소리로 기억/ 기록하기: 여성문학( 사) 의 외연 확장과 70 년대 여성 노동자 수기”, 『여성문학연구』, 37 호, 7-38 쪽. 배개화(2017),“한 탈북 여성의 국경 넘기와 초국가적 주체의 가능성: 이현서의 영어 수기를 중심으로”, 『춘원연 구학보』, 11 호, 209-236 쪽. 사이드, 에드워드(2015), 『오리엔탈리즘』, 박홍규 역, 파주: 교보문고(Said, Edward W.(1975), Orientalism, New York: Vintage). 이희영(2005),“사회학 방법으로서의 생애사 재구성: 행위이론의 관점에서 본 이론적 의의와 방법론적 원칙”, 『한국사회학』, 제 39 집 3 호, 120-148 쪽. 천정환(2011),“서발턴은 쓸 수 있는가: 1970~80 년대 민중의 자기 재현과‘민중문학’의 평가를 위한 일고”, 『민 족문학사연구』, 47 호, 224-254 쪽. 프랫, 메리 루이스(2015), 『제국의 시선: 여행기와 문화 횡단』, 김남혁 역, 서울: 현실문화연구(Pratt, Mary Louise, Imperial Eyes: Travel Writing and Transculturation, London: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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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ever, the close linkage of the global publishing industry and popular culture leads to changes in characters and effects of memoirs. With the growing influence of the global lecture industry, especially TED, the stories and narratives of those invited to the memoir publication industry have become diverse and varied. Moreover, memoirs in a publication often expand to global media platforms. In particular, within this trend, western readers tend to believe that those‘distant others’ and their sufferings in memoir are‘the real’ in an unknown place with less ethical obligation. This research investigates the socio-cultural context of victim’s memoirs and the features of narratives in the case of North Korean women’s memoirs. In- depth interview data with Lee Hyeonseo will be facilitated for analysing the North Korean woman’s memoirs. This paper will analyse how the global culture industry and publishing industry work together, what emotions and affects those memoirs deliver to readers, and the ways how colonized and gendered gazes intervene in the memoirs via the hands of ghostwriters. Interestingly enough, the agency of North Korean women, albeit limited, can be found beyond the colonial gaze and commercial interests of the industry by actively engaging with reflectivity. Keywords: memoir, gender, narrative, ghost writer, North Korean women,‘the real’ 26 저자소개 김성경 영국 에섹스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를 취득하고, 2014 년부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북한 대학원대학교 심연북한연구소 소장, SSK 남북한마음통합연구센타 부센타장,< 현대북한연구> 편집주간을 맡고 있 다. 이전에는 싱가폴국립대학교에 재직하였으며,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북 한 사회 변동, 북한이탈주민의 이동, 감정과 정동 사회학, 문화 지리학 등의 영역에 다수의 논문 및 저서를 발 표하였다. 기관소개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1925 년에 설립된 독일 정치재단이다. 재단의 활동은 사회민주주의의 핵심이자 가치 인 자유, 정의, 연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는 1967 년에 개설되었고,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구축과 사회적 평등을 토대로한 경제·사회정책 추진에 기여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한다. 발행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03131)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8 삼환빌딩 1101 호 Tel.+82-2-745-2648 Fax.+82-2-745-6684 Email: info.korea@fes.de *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이 발간한 출판물은 서면동의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 본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견해이며, 재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27